줄기세포를 체내에 투여해도 오래 살아남지 못해 치료 효과가 제한되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전상용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인간 지방유래 줄기세포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3차원 배양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지난 3월 게재됐다.
인간 지방유래 줄기세포는 지방 조직에서 얻을 수 있어 채취가 비교적 쉽고 증식 능력이 뛰어나며 면역 거부 반응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재생의료와 세포치료 분야에서 유망한 치료용 세포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기존의 2차원 평면 배양 방식에서는 배양 시간이 길어질수록 줄기세포가 노화하고 본래 기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줄기세포를 3차원 구조로 키우는 연구가 이어져 왔지만, 체내 이식 후 줄기세포가 충분히 오래 생존하거나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진은 세포 배양 기판 표면에 합성 고분자 매트릭스를 적용해 줄기세포가 평면에 붙어 자라는 대신 스스로 입체적인 세포 덩어리, 즉 스페로이드(세포 덩어리)를 형성하도록 유도했다. 사용한 합성 고분자 물질은 실리콘과 산소로 구성된 생체친화적 고분자인 실록산을 촘촘하게 연결한 형태로, 연구진은 이 물질을 '폴리-지(poly-Z)'라고 이름 붙였다.
폴리-지는 배양 기판 표면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조절해 세포 배양액에 포함된 알부민 단백질이 표면에 잘 흡착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줄기세포는 바닥에 달라붙지 않고 서로 모여 자기조립 방식으로 3차원 스페로이드를 형성한다.
특히 폴리-지 기반 환경에서 만들어진 줄기세포 스페로이드는 세포 주변을 지지하는 세포외기질 생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세포를 뭉쳐 놓은 것이 아니라, 실제 몸속과 비슷한 환경을 세포 주변에 조성했다는 의미다.
실험 결과, 이 방식으로 배양한 줄기세포는 기존 방식보다 분화 능력과 면역 조절 능력이 향상됐다. 체내에서 생존하는 시간도 크게 늘어났다. 급성 대장염과 급성 간손상 동물 모델에서도 기존 줄기세포 배양 방식보다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같은 양의 줄기세포를 투여하더라도 체내에서 더 오래 살아남고 활발하게 작용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서 중요한 과제였던 낮은 생존율 문제를 극복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합성 고분자를 활용한 정밀한 3차원 배양 환경이 줄기세포의 기능과 치료 효능을 함께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며 "염증성 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차세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Advanced Science(2026), DOI: https://doi.org/10.1002/advs.202518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