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생명을 위협하고, 회복되더라도 마비나 언어장애 같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대표적인 중증 질환이다. 특히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 즉 뇌경색은 치료가 빠를수록 예후가 좋아지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장 연구진은 을지대 연구진과 함께 뇌졸중 이후 뇌 손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이를 막을 수 있는 신약 후보 물질을 동물 실험을 통해 찾아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이날 게재됐다.
별세포는 뇌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교세포의 일종이다. 이름처럼 별 모양을 띠며, 평소에는 신경세포를 돕고 뇌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뇌졸중이 생기면 손상 부위 주변에 '교세포 장벽'을 만들어 병변이 더 퍼지는 것을 막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 장벽이 항상 보호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뇌졸중 후 과산화수소가 급격히 늘어나면 별세포가 자극을 받아 1형 콜라겐을 만들어낸다. 콜라겐은 피부나 뼈, 결합 조직을 구성하는 단백질로 잘 알려져 있지만, 뇌졸중 상황에서는 별세포 주변에 쌓여 신경세포를 둘러싸고 손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신약 후보 물질 'KDS12025'를 실험했다. 이 물질은 과산화수소를 줄이고 콜라겐 생성을 억제하도록 설계됐다.
뇌졸중에 걸린 쥐 모델에 KDS12025를 투여한 결과, 교세포 장벽 형성과 신경세포 사멸이 크게 줄었다. 뇌졸중으로 떨어졌던 운동 능력도 일주일 만에 정상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 특히 뇌졸중 발생 이틀 뒤 투여했을 때도 신경 기능 회복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영장류 모델에서도 KDS12025의 효과를 확인했다. 투여 3일 뒤 병변 크기가 줄었고, 일주일 뒤에는 마비됐던 손 기능이 회복됐다. 과일을 집어 먹는 실험에서 치료를 받은 원숭이는 10차례 시도 모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승준 을지대 교수는 "과산화수소와 콜라겐을 뇌졸중 치료의 새로운 표적으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영장류 모델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한 만큼 후속 임상 연구로 이어질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창준 IBS 단장은 "기초 연구부터 신약 개발, 전임상 검증까지 연결한 연구를 통해 뇌졸중 손상의 원인과 치료 가능성을 함께 제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