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의 보이저 1호 일러스트./AP 연합뉴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인류가 만든 가장 먼 우주선인 보이저 1호의 관측 장비 하나를 또 중단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이달 17일(현지 시각) 보이저 1호에 저에너지 대전입자 측정기(LECP)의 전원을 끄는 명령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보이저 1호에 운용 중인 과학 장비는 자기장 측정기와 플라스마 파동 관측기 2개만 남게 됐다.

보이저 1호는 1977년 발사됐다. 당초 보이저 1호의 임무는 목성과 토성을 지나며 자료를 보내오는 것이였다. 하지만, 보이저 1호는 임무 종료 후에도 비행을 이어가 2012년 태양풍과 자기장이 미치는 거대한 영향권인 '태양권'을 벗어나 성간공간에 들어갔다. 현 성간공간에서 직접 관측 데이터를 보내오는 인공물은 보이저 1호와 쌍둥이 탐사선인 보이저 2호뿐이다.

◇ 가장 큰 적은 고장이 아니라 전력 부족

보이저 1호의 가장 큰 문제는 전력 부족이다. 이 탐사선은 태양전지가 아니라 플루토늄 붕괴에서 발생하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방사성동위원소 동력 시스템을 쓴다. 해당 장치는 수명이 길다는 장점은 있지만 발전량은 해마다 조금씩 줄어든다. NASA는 보이저 1호가 매년 약 4W(와트)씩 전력을 잃고 있다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수년 전부터 보이저 1호와 관련해 어떤 장비를 어떤 순서로 꺼야 탐사선이 임무를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 정해 두고 대응해 왔다. 전압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탐사선의 보호 시스템이 스스로 여러 장치를 꺼 버리는데, 이렇게 되면 복구 과정이 길고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에는 보이저 1호의 카메라가 전력 절감을 위해 꺼진 데 이어, 1998년에는 적외선 장비, 2016년에는 자외선 분광기가 차례로 종료됐다. 우주선입자 계측기(CRS)도 지난해 2월 전력 절감을 위해 꺼졌다. 최근에는 자세 제어를 위한 회전 과정에서 보이저 1호의 전력이 예상보다 크게 떨어지자, 탐사선은 선제적으로 LECP를 중단했다.

이 외에도 보이저 1호는 반세기 동안 수많은 고비를 겪었다. 2023년 11월에는 비행데이터시스템(FDS) 메모리가 일부 손상되면서 지구로 읽을 수 없는 데이터만 보내다 2024년 4월이 돼서야 다시 해독 가능한 상태 정보를 보내기 시작했다. 엔지니어들이 관련 코드를 다른 메모리 공간으로 나눠 옮기는 방식을 활용했다. 2024년 10월에는 보이저 1호의 보호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주 송신기인 X대역 송신기가 꺼지고 더 약한 S대역 송신기가 켜졌다. S대역은 전력을 덜 쓰지만 신호가 훨씬 약해, 지구로 자료를 안정적으로 보내기 어렵다. 이후 연구진이 같은 해 11월 말 X대역 송신기를 다시 살렸다.

탐사선의 거리는 이런 수리를 더 어렵게 만든다. 보이저 1호는 이미 지구에서 150억 마일(약 241억㎞) 이상 떨어져 있다. 지구에서 보이저 1호에 보낸 전파 명령이 도달하는 데는 23시간 넘게 걸린다. 결국 보이저 1호에 명령을 보내고 결과를 확인하는 데에만 거의 이틀이 드는 셈이다.

1979년 보이저 1호가 촬영한 목성./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 최초 1광일 도달 앞둬… "2030년대까지 버틸 수도"

보이저 1호는 오는 2026년 11월이면 인류 최초로 지구에서 1광일 거리까지 도달할 예정이다. 1광일은 빛이 하루 동안 가는 거리로 약 259억㎞다. 보이저 1호가 그 지점에 이르면 지구에서 보낸 전파 명령이 닿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리게 된다.

그렇다면 보이저 1호는 앞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NASA는 지난해 3월 전력 절감 계획을 발표하면서, 장비를 순차적으로 끄면 보이저 1호가 최소 1개 이상의 과학 장비를 유지한 채 2030년대까지 버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2023년 NASA 헬리오피직스 시니어 리뷰 보고서도 비슷한 판단을 내놨다. 보고서는 장비를 순차적으로 끄는 방식과 창의적인 전력 관리를 이어가면 보이저 임무 전체의 수명을 2030년대 중반까지 늘릴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 전망은 어디까지나 큰 고장이 없을 경우라는 전제가 붙는다.

현재 연구진은 보이저의 전력 소비를 더 크게 낮추기 위한 '빅뱅'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전력을 사용하는 여러 장치를 한꺼번에 교체해 일부는 끄고, 일부는 더 적은 전력을 쓰는 대안으로 바꿔 우주선을 충분히 따뜻하게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NASA는 해당 계획을 전력이 조금 더 여유 있게 남은 보이저 2호에 먼저 적용한 뒤, 성공하면 올해 7월쯤 보이저 1호에도 시도할 계획이다. 보이저 2호는 보이저 1호보다 지구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