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202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오마르 야기 UC버클리 교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야기 교수는 "인류의 물 부족 문제 해결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장경식 기자

"인류의 물 부족 해결은 시간문제입니다. 방법을 찾았으니까요."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중동의 담수화 시설이 공격받으면서 '물 안보'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대형 담수화 시설 하나만 파괴돼도 수십만 명의 식수가 끊긴다. 중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엔에 따르면, 세계는 이미 '물 파산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지금도 22억명이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40억명이 극심한 물 부족을 겪는다.

이런 가운데 건조한 사막 공기에서 깨끗한 물을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 인류의 희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한 오마르 야기(61)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그 공로로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지난 16일 노벨상 수상 후 처음 방한한 그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만났다. 그는 "올해 안에 이 기술을 상용화한 장비가 나올 것"이라며 "이제 더는 물 부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믿기 어려운 얘기"라는 기자 반응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원래 위대한 일은 처음엔 믿기 어려운 법이다."

◇전쟁 중에도 안정적 수원(水源) 발명

야기 교수가 창업한 스타트업 '아토코'는 공기에서 물을 뽑아내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만 있으면 중앙집중형 수도 설비에 의존할 필요 없이 각 가정에서 물을 만들 수 있다. 전기도 필요 없다. 햇빛만 있으면 된다. 담수화 시설이 공격받고 전기 공급이 끊기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물을 얻을 수 있다.

그는 "연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며 "여러 사막에서 실증을 마쳤고 1000L 깨끗한 물을 매일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공기에서 물을 뽑아내도 자연 수분 순환으로 다시 채워져 공급이 끊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기술적 문제는 해결했고 부작용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물의 연금술사 같다"고 하자 "나는 과학자일 뿐"이라면서도 "우리는 사실상 새로운 우물을 발명한 것"이라고 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은 금속유기골격체(MOF)로 쉽게 말하면 '초소형 스펀지 창고'다. 금속과 유기물을 레고처럼 연결한 스펀지 같은 나노 소재인데, 구멍이 아주 많아서 가스나 액체를 잘 저장한다. 1g 정도 MOF로 축구장 넓이 수준의 표면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

활용도는 높지만,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야기 교수가 이를 상용화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지난해 다른 MOF 분야 석학 리처드 롭슨 호주 멜버른대 교수,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교수와 함께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당시 노벨화학상위원회 하이너 링케 위원장은 "MOF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다. 과거엔 상상할 수 없던 기회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본지와 만난 오마르 야기 교수는 "우리는 사실상 새로운 수원(水源)을 발명했다"며 "이 기술로 인류는 물 부족에서 벗어나는 '물 독립'에 한 걸음 가까워질 것"이라고 했다. /장경식 기자

◇어린 시절 경험이 평생 연구 출발점으로

요르단 암만의 팔레스타인 난민 가정에서 자란 야기 교수는 2주에 한 번 당국이 물을 공급할 때마다 커다란 물통을 들고 뛰어야 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 순간은 열 살 때였다고 한다. 우연히 들어간 도서관에서 과학책 속 분자 그림을 보고 운명처럼 화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보통 아이는 복잡한 분자 그림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묻자 "마치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했다.

야기 교수는 열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갔다. 야기 교수는 올버니대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일리노이대에서 박사, 하버드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그는 "남들이 하는 길을 따라가기보다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며 "위대한 일을 해내려면 일반적인 규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에게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카오스(불확실성)를 다루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올바른 선택을 해내는 능력, 복잡한 상황에서 기회를 알아보고 포착하는 능력은 아직 AI가 따라잡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는 이유에서다.

야기 교수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한국에서 연구한 시간이 미국 다음으로 가장 길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외국인 회원으로 선출돼 국내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한국 과학계에 대해 "선진적이고 성숙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실험 정신이 더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노벨상이 나올 거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