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하나의 디스플레이에서 2차원(D) 화면과 3차원(D) 화면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초박형 메타렌즈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3D 디스플레이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던 좁은 시야각을 크게 넓히면서도 2D 화면의 화질 저하 문제까지 줄여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준석 포스텍 교수 연구진은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비주얼 테크놀로지팀과 함께 차세대 광학소자인 메타렌즈를 활용해 하나의 렌즈로 2D와 3D를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23일 게재됐다.
메타렌즈는 아주 얇고 평평한 차세대 렌즈다. 일반 렌즈처럼 두껍게 유리를 깎아 만드는 대신,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작은 ㎚(나노미터, 10억분의 1m) 단위 구조를 촘촘히 배열해 빛의 방향과 성질을 정밀하게 조절한다. 흔히 '투명망토' 소재로도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 초박형 구조를 이용해 기존보다 훨씬 얇으면서도 더 똑똑하게 작동하는 디스플레이용 렌즈를 구현했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하나의 메타렌즈가 전압 유무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전압이 없을 때는 오목렌즈처럼 작동해 일반 2D 화면을 왜곡 없이 보여주고, 전압이 들어오면 볼록렌즈처럼 작동해 빛의 진행 방향을 바꾸며 입체 영상을 만든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 기술은 시야각을 100도까지 넓혀 기존보다 6배 이상 넓은 초광시야각을 구현했다. 기존 무안경 3D 디스플레이는 3D 효과가 제대로 보이는 시야각이 15도 안팎에 그쳐 사실상 한 사람만 화면을 즐길 수 있었다. 또 3D 기능에 맞춰 설계된 탓에 평소 2D 화면을 볼 때 화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또 기존 3D용 렌즈가 ㎜ 단위의 두께를 가진 것과 달리, 연구진이 구현한 장치는 약 1.2㎜ 수준의 초박형 구조다. 따라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기존 기기 구조 안에 넣기가 쉽다. 실제로 연구진은 삼성전자가 제공한 휴대폰 패널에 메타렌즈를 삽입해 동작을 검증했다.
노 교수는 "상용화를 위해서는 실제 대량생산 과정에서의 반복성, 수요 문제, 더 높은 해상도, 투과율 개선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현재 메타렌즈는 빛을 100% 투과하지 못해 화면이 다소 흐릿하게 보일 수 있는데, 이 부분이 개선되면 밝기와 선명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 교수는 앞서 메타렌즈 대량 생산 공정 기술을 다룬 연구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번에 메타렌즈를 실제 디스플레이에 적용한 결과까지 연이어 내놓으면서, 원천 기술과 양산 가능성을 함께 보여줬다.
노 교수는 "과거 메타렌즈 하나를 만드는 데 약 500만원이 들었지만, 최근 대면적 생산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가를 5000원 미만 수준까지 낮출 수 있게 됐다"며 "스마트폰부터 산업용 광고판까지 폭넓은 응용 가능성을 지닌 디스플레이 원천 기술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6-103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