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비닐에 반응하는 매부리바다거북 새끼./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바다거북이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단순히 우연히 삼키는 데 그치지 않고, 색과 질감에 따라 선택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성장한 개체일수록 밝고 부드러운 플라스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나, 해양 플라스틱 저감 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상희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바다거북의 플라스틱 섭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플라스틱 색상에 따른 행동 반응을 관찰한 결과 이 같은 경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지난 2월 게재됐다.

연구진은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인공 번식된 매부리바다거북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는 4년생 개체 8마리와 10주령 개체 27마리가 참여했다. 연구진은 각 개체에게 투명색, 흰색,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검은색 등 여섯 가지 색의 플라스틱 포장재를 동시에 제시한 뒤, 부리로 쪼거나 무는 반응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4년생 개체에서는 투명색, 흰색, 노란색 순으로 높은 반응이 나타났다. 반면 파란색에는 뚜렷한 선호가 관찰되지 않았다. 어린 개체인 10주령 바다거북은 색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주변 사물에 비교적 무작위로 반응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를 성장 단계에 따른 먹이 인식 능력의 차이로 해석했다. 먹이 경험이 축적된 개체는 밝고 부드러운 플라스틱을 해파리 같은 자연 먹이로 인식해 선택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어린 개체는 먹이 식별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다양한 플라스틱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앞서 식용 색소로 염색한 해파리를 활용해 바다거북의 시각적 반응을 살핀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특히 실제 해양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을 활용해 바다거북의 행동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홍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실제 해양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을 활용한 최초의 행동 실험으로 해양보호 생물의 플라스틱 섭식 원인을 행동학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해양 플라스틱으로 인한 생물 피해의 원인을 보다 체계적으로 규명해 나가고, 이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의 과학적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거북이와 부화 직후 거북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사용된 플라스틱 제품./사이언티픽 리포트

참고 자료

Scientific Reports(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98-026-397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