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유전자 가위 기술 크리스퍼(CRISPR)를 활용한 치료제 '카스제비(Casgevy)'를 승인했다. 낫 모양으로 변형된 적혈구가 혈관을 막아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겸상적혈구병 환자에게 적용하는, FDA가 승인한 최초의 크리스퍼 기반 치료제다. 이러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의 돌파구를 연 이들이 올해 '브레이크스루상(Breakthrough Prize)' 수상자로 선정됐다. '과학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이 상은 노벨상(약 15억원)의 3배인 300만달러(약 44억원)를 상금으로 지급한다.
브레이크스루상 재단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카스제비 개발의 과학적 기반을 마련한 연구자 등을 생명과학 부문의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소속의 스튜어트 H. 오킨<왼쪽 사진>과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의 스위 레이 테인<오른쪽 사진>은 태아형 헤모글로빈이 출생 후 성인형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조절하는 핵심 기전을 규명하고, 이 경로를 조절하면 겸상적혈구병과 베타 지중해빈혈을 치료할 수 있다고 입증했다. 이들의 성과는 '카스제비' 개발의 토대가 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소속의 진 베넷, 앨버트 매과이어, 캐서린 A. 하이는 유전성 망막 질환 치료제 '럭스터나'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럭스터나는 2017년 FDA가 유전 질환 치료 목적으로 처음 승인한 유전자 치료제다.
벨기에 앤트워프대의 로사 라데마커르스와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브라이언 트레이너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과 전두측두엽 치매(FTD)가 같은 유전자 이상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낸 공로로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들은 두 질환의 발병 기전을 밝히고 치료제 개발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