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연구를 보여주는 개념도. 자성을 띠는 전이금속 원자가 벌집 모양으로 엮여 있다./박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원자 한 층짜리 자석이 가능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국 연구진이 오랜 기간 개척해 온 2차원 자성 연구가 세계 물리학계의 주요 분야로 자리 잡았다.

박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연구진은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의 연구 성과와 향후 과제를 정리한 논문을 물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리뷰스 오브 모던 피직스(Reviews of Modern Physics)'에 22일 게재했다고 밝혔다.

리뷰스 오브 모던 피직스는 미국물리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로, 물리학 주요 분야의 중요한 성과와 연구 흐름을 정리하는 논문이 주로 실린다.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꼽히는 고(故) 이휘소 박사 역시 이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며 국제 학계에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박 교수 연구진이 다뤄온 2차원 자성은 원자 한 층처럼 극도로 얇은 물질에서도 자석의 성질이 유지될 수 있는지를 다루는 분야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자석은 대부분 원자들이 여러 층으로 쌓인 3차원 구조여서 자성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반면 원자 한 층 수준의 2차원 물질에서도 이런 성질이 성립하는지는 70여 년 동안 물리학계의 오랜 숙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지난 15년 동안 이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 왔다. 2016년에는 세계 최초로 철과 인, 황으로 이뤄진 삼황화린철 물질에서 2차원 자성을 구현하며 이 분야 연구의 물꼬를 텄다.

이번 논문은 그동안 축적된 연구를 한데 묶은 일종의 지침서다. 2차원 자성의 기본 물리, 새롭게 관찰된 양자 현상,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 앞으로의 연구 방향까지 체계적으로 다룬다. 논문 분량은 88페이지에 이르며, 단행본으로 출판하면 250페이지가 넘는 수준이다.

박 교수는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2010년 한국이 개척한 연구가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1000편 이상의 논문이 발표되는 분야로 성장했고,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연구기관들이 경쟁하는 핵심 분야가 됐다"며 "대한민국 기초과학이 세계의 규칙을 설계하는 퍼스트 무버로 도약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을 통해 산업적 가능성도 함께 짚었다. 2차원 자성체에서 나타나는 스핀 기반 현상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면, 차세대 스핀트로닉스(전자의 자기적 성질을 이용하는 전자공학 기술)나 양자소자 같은 기술의 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매우 얇은 물질에서 자기적 성질을 정교하게 다룰 수 있다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저장하거나 처리하는 새로운 소자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박 교수는 "실험실 수준에서 새로운 개념의 소자 작동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이것이 실제 산업 현장의 제품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전히 큰 간극이 있다"며 "이번 성과는 곧바로 제품화로 연결된다기보다, 차세대 스핀트로닉스나 양자소자를 위한 기반 연구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밝혔다.

한편 박 교수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한국 과학계의 연구 지원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논문이 어느 저널에 실렸는지, 인용 수가 얼마나 되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연구자가 어떤 새로운 분야를 처음 열었는지를 더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특히 실패 가능성이 크더라도 새로운 주제에 뛰어드는 젊은 연구자들이 버틸 수 있도록 국가의 지원 시스템과 과학 생태계가 '완벽한 방패'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Reviews of Modern Physics(2026), DOI: https://doi.org/10.1103/2pff-xy6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