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삼천당제약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말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가 주가가 반 토막으로 내려앉은 삼천당제약 사태가 국내 바이오주 전반에 대한 시장 신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1943년 설립된 중소 제약사 조선삼천당을 윤대인 회장이 1986년에 인수해 현재 사명으로 바꾸고 안과 전문 제약 회사로 키워왔다. 황반변성치료제 복제약, 비만약 복제약과 먹는 인슐린 등을 개발 중이라고 홍보해왔다. 이런 이슈 덕에 지난해 말 23만2000원이던 주가는 3월 말 118만4000원까지 410% 폭등했다. 먹는 비만약은 글로벌 톱 제약사가 최근 출시해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간 약품이고, 먹는 인슐린은 지금껏 개발한 회사가 없다. 하지만 급등하던 주가는 최근 반 토막이 나면서 20일 47만7500원까지 떨어졌다. 신약 개발 플랫폼의 독자적 기술 논란, 개발 중인 복제약 매출 논란, 회사 대표의 2500억원 지분 처분 공시가 잇따르면서 투자자 신뢰가 떨어진 탓이다. 지난 6일 회사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여러 의혹과 논란을 해명하고 반박했지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기업이 공시를 통해 밝힐 것을 투명하게 밝히고,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삼천당제약 주가 급등과 폭락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팩트체크해 봤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는 삼천당제약이 2014년 연구를 시작해 개발에 공을 들여온 약품이다. 오리지널 약품인 아일리아는 독일 제약사 바이엘과 미국 리제네론이 함께 만든, 전 세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망막 질환 치료 주사제다. 삼천당제약은 2020년 7월 IR 자료에서 "오리지널 제품과 품질 동등성을 확인하고, 특허와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국가별 허가권자의 품질·비임상·임상 등 사전 검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3년 말 글로벌 발매 개시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복제약 출시 일정은 매년 미뤄졌다. 한국·일본 지역 발매가 2025년 1분기로 미뤄졌고, 미국 시장 본격 판매 시점은 2027년으로 연기됐다.

경구용(먹는) 인슐린·비만약 개발도 마찬가지다. 2021년 3월 IR 자료에서 먹는 인슐린에 대해 '올해 안 허가 임상 착수 예정' '2025년 판매 예상'이라고 했다. 2024년이 되자 '2분기 임상 진행, 2027년 3분기 제품 판매 목표'라고 바꿨다. 지난 1월에는 "상반기 임상 1상을 시작해 2028년 하반기 판매하겠다"고 했다. 삼천당제약은 지난 3월 말 유럽의약품청에 임상 계획을 승인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한 바이오 전문 애널리스트는 "임상 허가가 아직 안 났고, 유럽 임상은 윤리 기준이 까다로워 성공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먹는 비만약 개발 일정 역시 회사가 밝힌 계획과 달리 매년 미뤄지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2020년대 초 손가락에 끼우는 클립 형태의 무채혈 혈당 측정기(S-Check)를 곧 시장에 출시할 듯이 했지만, 지금까지 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2021년 5월 '먹는 인슐린 개발을 위해 2000억원 투자 유치 추진'이라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 '중국 및 미국 파트너와 실사 및 비즈니스 관련 사항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이후 '중국 파트너사와 텀싯(Term Sheet·주요 조건을 미리 정해둔 합의서) 체결' '비임상 시험 완료' '임상 신청 및 계약 협상 예정' '비임상 시험 완료' '계약서 초안 작성·협의 개시' '계약 협의 중' '바인딩(법적 구속력을 부여한) 텀싯 체결·협의 진행 중'이라며 3년 가까이 중계 방송식 공시를 이어갔다. 하지만 2024년 5월 잠정 중단했다.

먹는 코로나 백신 개발 공시도 마찬가지다. 2021년 5월 7일 '먹는 코로나 백신 개발과 관련해 2만명 임상을 위해 2300억원 지원 신청을 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까지 포함하는 먹는 백신을 개발 중이라고 6차례 추가 공시를 하더니 2022년 9월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삼천당제약을 둘러싼 핵심 논란 중 하나가 개발 중인 복제약에 대한 부풀리기식 실적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회사는 미국 파트너사와 먹는 당뇨약·비만 치료제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마일스톤(단계별 성과금) 1억달러(약 1500억원)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10년간 15조원 매출을 낼 수 있고, 제품 판매 수익의 90%를 가진다고 했다. 수출 계약 당사자를 밝히지 않고 수익 배분 조건이 이례적으로 회사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계약 부풀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삼천당제약의 '선(先) 실적 전망, 후(後) 임상' 관행은 오래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20년 7월 IR 자료에서 회사는 '글로벌 파트너와 수출 계약, 수익 배분 구조를 통해 연평균 매출 1878억원, 영업이익 1365억원을 확보'라고 했다. 2024년 4월 자료에선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판매로 2025년 영업이익 805억원을 예상한다고 했다. 실제 2025년 영업이익은 84억원이다.

지난 1월 IR 자료에는 임상 신청도 못 한 먹는 인슐린에 대해 '글로벌 톱10 제약사와 계약금·마일스톤 5000억~1조원, 10년간 계약 규모 약 30조원 협의 중'이라는 추정치를 적시했다. 지난 2월 26일엔 유럽 11국과 5조3000억원 규모의 먹는 인슐린과 먹는 복제 비만약 독점 판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계약금과 마일스톤이 아닌 예상 매출 로열티까지 계약 규모에 포함하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매출 수익은 예측도 어렵고 변동성도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삼천당제약의 선별적인 계약 정보 공개도 논란거리다. 그동안 삼천당제약은 IR 자료를 통해 구체적인 예상 매출·영업 이익까지 밝히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계약 상대방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다면서 대부분 비공개했다. 계약 상대방을 공개하는 경우에는 계약금·마일스톤이나 수익 배분 비율을 밝히지 않았다.

회사 대표가 기자회견까지 열어 각종 논란과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 미 식품의약국(FDA)과 먹는 비만 복제약 판매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며 공개한 서류도 논란을 키웠다. 정식 FDA 신청 서류가 아닌, FDA 담당자와 사전 미팅을 잡기 위해 주고받은 이메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전인석 대표는 "FDA가 해당 기술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애초 공식 미팅을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 FDA 심사관이었던 A씨는 "FDA와 미팅 잡는 것과 FDA 허가를 받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미팅을 통해 허가를 위한 조언을 받을 순 있지만, 그것만으로 FDA 허가 여부를 예단할 순 없다"면서 "면접을 보는 것과 합격하는 것은 다르지 않으냐"고 했다.

먹는 비만 복제약 개발을 위해 이 회사가 자체 보유하고 있다는 약물 전달 플랫폼 'S-PASS'가 실제로 상용화 가능한지를 입증하는 핵심 데이터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회사가 최근 한 대만 바이오기업을 통해 국제 특허를 출원하면서 제출한 약동학(PK) 데이터엔 정작 비만약(세마글루타이드)이 해당 플랫폼을 통해 실제 체내에 얼마나 흡수됐는지 보여주는 수치는 빠져 있다. 한 바이오 연구원은 "FDA 허가를 받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데이터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삼천당제약의 연구·개발 역량에 대한 의문도 계속 나오고 있다. 삼천당제약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구 인력은 전체 직원 426명 중 35명이다. 박사급은 1명뿐이다. 연구개발비는 2021년 약 466억원에서 지난해 156억원으로 줄었다. 한 애널리스트는 "보통 비슷한 규모의 국내 바이오텍은 박사급 연구 인력만 수십 명이다. 박사급 인력이 1명인 건 지나치게 적은 수치인 건 맞다"고 했다. 이에 회사 측은 "정보 보안과 연구 효율을 위해 전 세계에 연구 주제별로 팀을 분리 운영하고 있다"면서 "해외 연구소 약 50명과의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고 했다. 다만 해당 연구소 이름이나 위치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삼천당제약 측은 잇따르는 의혹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선 "앞으로 성과를 통해 회사 기술을 입증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회사 측은 "조만간 회사 기술의 핵심 데이터를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회사의 IR 자료를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홍보해온 증권사 리포트도 증시를 투기판으로 몰아간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1년 동안 삼천당제약에 대한 기업 분석 보고서를 낸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1월 내놓은 '삼천당의 2032년 생각해봤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회사 측의 IR 자료 받아쓰기 수준이다. 일본과 먹는 당뇨·비만약 공동 개발 파트너십 공시 직후 나온 이 보고서는 '2032년 캐나다·인도·중동·중남미·일본·유럽·미국 등에서 제품이 출시되면 한 해 매출은 1조975억원'이라고 추정했다. 영업이익은 7683억원이다. 작년 영업이익의 100배를 예상한 것이다. 신약 계약 규모와 개발 일정, 수익 배분 비율 등 회사가 뚜렷한 근거 없이 제시한 숫자에 가정에 가정을 더해 추산한 금액이다. 한국투자증권 보고서는 삼천당제약의 '순이익 기반 가치(순이익 x 주가수익비율)'는 14조7000억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투자의견이나 목표 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유튜브는 한술 더 뜬다. 유튜브 채널 선대인TV는 삼천당제약이 내놓은 IR 자료를 근거로 올해 시가총액 100조~130조원을 기대하고, 앞으로 5년 내 최소 300조원 이상을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삼천당제약 현재 시가총액은 11조원 정도이다. 20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100조는 코스피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100조3800억원)에 이어 6위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