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제공

전자파와 방사선을 초박막 필름 하나로 동시에 차단하는 신소재가 나왔다. 우주·원자력·반도체 등 극한 환경에서 활용될 차세대 차폐 기술로 주목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극한환경차폐소재연구센터 주용호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전자파와 중성자를 동시에 차단하면서 고무처럼 늘어나고 3차원(3D) 프린팅까지 가능한 복합 차폐 소재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최근 게재됐다.

지금까지는 전자파와 방사선을 막기 위해 서로 다른 차폐 소재를 따로 사용해왔다. 전자파는 금속이나 탄소 기반 소재로 반사·흡수하고, 방사선은 이를 흡수하거나 감쇠하는 별도 물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비가 무거워지고 구조가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나노튜브를 결합했다. 전자파를 흡수·반사하는 탄소나노튜브(CNT)와, 중성자를 효과적으로 포획하는 질화붕소나노튜브(BNNT)를 서로 감싸는 '껍질 구조'로 배열한 초박막 필름을 만든 것이다. 이 필름은 전자파의 99.999%를 차단하고, 중성자도 약 72% 차단하는 성능을 보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기계적 특성도 기존 소재와 차별화된다. 이 소재는 원래 길이의 2배 이상 늘어나도 차폐 성능이 유지됐다. 또 3D 프린터로 벌집 구조를 구현하면 같은 두께의 평면 소재보다 차폐 성능을 약 15%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하 196도 극저온부터 영상 250도 고온까지 견디는 내구성을 보여, 우주 환경이나 극저온 산업 현장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제시됐다.

연구팀은 "테이프처럼 얇고 고무처럼 유연하면서도 전자파와 방사선을 동시에 차단하는 새로운 개념의 차폐 기술"이라며 "우주 시대에 필요한 초물성 소재 국산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산업 적용까지는 넓은 면적 생산 공정과 장기 내구성 검증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