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공기 포집(DAC·Direct Air Capture) 기술로 유명한 기업 에어룸(Heirloom)의 이산화탄소 포집 시설. 석회석을 활용해 CO₂를 흡수한다. /Heirloom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수제 맥주 회사 알마낙(Almanac)의 양조장. 원통처럼 생긴 금속 장비가 빨아들인 공기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CO₂)가 맥주 속 기포가 된다. 공기 속 CO₂로 맥주를 만드는 시대를 연 기술은 '직접 공기 포집(DAC·Direct Air Capture)'이다. 공기 중 비율이 0.04% 정도인 CO₂를 흡착제나 화학 용액에 선택적으로 결합시킨 뒤, 열을 가해 순수한 CO₂만 분리·추출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포집한 CO₂를 지하에 저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최근에는 이를 곧바로 산업 원료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양조장의 CO₂ 포집 시설은 미국 DAC 기업 '에어캡처(Aircapture)'가 설치를 제안했다. 알마낙은 공기에서 포집한 CO₂를 전체 맥주 생산량의 약 20%에 사용 중이다. 향후 100%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세계 최대 맥주 기업 '안호이저부시 인베브'도 올해 일부 양조장에 에어캡처의 CO₂ 포집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 맥주·탄산음료 업계는 비료·에탄올 생산 공정 등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CO₂를 사들여 써왔다. 그러나 이 방식은 외부 공급망에 의존하는 탓에 가격 변동 위험을 안고 있다. 반면 음료·주류 공장에서 직접 포집한 CO₂를 사용하면,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비용도 15~20%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소 포집·활용 기술의 적용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이더(Aether) 다이아몬드'는 공기에서 포집한 CO₂를 수소와 결합해 고순도 메탄으로 전환한 뒤, 증착 공정 등을 거쳐 인공 다이아몬드를 생산한다.

그래픽=김성규

란자테크(LanzaTech)는 제철소 등 산업 시설에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를 에탄올로 전환한 뒤, 플라스틱 원료로 가공해 운동화 소재 등에 활용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스위스 브랜드 온(On)과 협업해 시제품을 선보였으나,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캐나다 기업 카본큐어(CarbonCure)는 콘크리트에 CO₂를 주입해 시멘트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을 이미 30여 국에서 상용화했다. 미국 기업 트웰브(Twelve)는 포집한 CO₂와 물을 반응시켜 지속 가능 항공유(SAF)를 만드는 기술의 상용화를 추진중이다.

과거에는 CO₂를 온실가스 주범으로 지목하고 없애는 데 집중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산업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이 주목받는 것이다.

다만 공기 중 CO₂ 비율이 낮아 포집 효율이 떨어지고, 이를 분리·정제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이 넘어야할 한계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DAC를 통한 이산화탄소 포집 비용은 톤당 600~1000달러 수준이다. 200달러 이하로 낮아져야 본격적인 시장 확산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