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해도에서 발견된 조류형 공룡의 알 화석과 이를 CT로 스캔해 입체적으로 복원한 모습. /국제학술지 '고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

약 1억 년 전 백악기 한반도에 공룡 새가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알 화석이 전남 신안 압해도에서 발견됐다. 지금까지 발자국으로만 존재를 확인했던 공룡 새의 실체를 직접 보여주는 체화석(생물체의 일부 또는 전체가 온전하게 간직된 화석)이 처음 발견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공룡 새 발자국 화석이 많이 발견됐지만, 정작 '그 새들이 낳은 알이나 뼈는 어디 있느냐'는 의문이 따라다녔다. 이번 발견이 그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와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공동 연구팀은 전남 신안 압해도에서 국내 최초의 조류형 공룡 알 화석인 '옹관울리투스 압해도엔시스'를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고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에 최근 밝혔다.

처음 화석을 발견한 사람은 김민국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 연구원이다. 김 연구원은 2023년 전남 신안 압해도에 있는 일성산에서 중기 백악기 지층을 탐색하던 중, 1㎝도 채 되지 않은 작은 파편 조각을 찾아냈다. 일성산은 강이나 호숫가에 쌓인 진흙이 굳어진 퇴적암층으로, 한반도 공룡들의 주요 생활 터전이었다.

연구팀은 이 파편을 미세 X선 컴퓨터 단층 촬영(CT)으로 분석해 봤다. 그 결과 이 조각은 길이 5.5~7.5㎝의 작은 새 알로 확인됐다. 알껍데기는 두께가 0.5㎜ 이하로 얇았지만, 현대 조류의 알과 비슷한 3개 층으로 이뤄진 구조를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알이 현대의 새와 매우 흡사하게 진화한 조류형 공룡(오르니투로모프)이 낳은 것으로 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지층에서 과거에 길이가 40㎝가 넘는 거대 육식 공룡 알인 '마크로엘롱가툴리투스'도 발견됐었다는 점이다. 이는 1억 년 전 압해도가 거대 공룡부터 작은 새의 조상까지 다양한 종이 어우러져 번식했던 '공룡의 낙원'이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이 알의 이름을 '옹관울리투스 압해도엔시스'라고 지었다. '옹관'은 압해도에서 출토된 무덤 양식 이름이다. 매끄럽고 기다란 타원형 알의 모양이 옹관을 닮았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울리투스'는 알 화석이라는 뜻이다. 종명은 발견 지역인 압해도 이름을 따서 '압해도엔시스'라고 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알 화석을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현장으로 가던 중 신종 공룡 '둘리사우루스 허미니' 화석도 찾아냈다고 했다. 두개골까지 보존된 칠면조 크기의 아기 공룡 화석이다. 한국에선 15년 만에 새롭게 발견된 공룡 종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기 공룡 만화 캐릭터인 둘리 이름과 전남대 한국공룡센터 설립자인 허민 국가유산청장의 이름을 따서 '둘리사우루스 허미니'라고 이름 붙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