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K-컬처도 중요하지만, K-사이언스를 전하고 베푸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평세(루크 리) 포스텍 석학교수는 10일 전남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3월 문을 연 포스텍 '글로벌 헬스케어 의공학 연구소(K-빅하트)'에 초대 소장으로 부임한 그는 "미국에서 산 지 50년째인데, 마지막으로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전 세계에서 생체의학IC 분야를 제일 잘하는 나라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생체의학IC는 반도체와 바이오 기술을 결합해 진단이나 치료에 활용하는 목적으로 만드는 의료용 바이오 칩으로, 이 교수는 이 분야 세계적 석학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교수, 하버드대 의대 교수 등을 지내며 50년간 해외에서 연구해 왔다. 그러다 노벨상을 목표로 하는 일본 연구자들이 수십년을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언젠가 한국에서 젊은 연구자들에게 이런 조언을 할수 있는 코치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그 결심을 지키기 위해 K-빅하트에 부임했다는 것이다.
K-빅하트는 포스텍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의 국가연구소(NRL 2.0) 공모에 선정돼 2034년까지 1130억원을 지원받게 되면서 출범한 연구소다. 이 교수는 "연구 자체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의료기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핵심 기술은 반도체와 바이오를 결합한 생체의학IC 기술이다. 이 칩은 인체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신호를 처리해 질병 진단과 치료에 활용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가정에서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을 검사하는 유전자 진단, 환자 맞춤형 신약 반응 테스트, 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오가노이드 칩 개발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연구 성과를 실제 산업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만으로 끝나선 안 되고 생산과 사업화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다른 정부출연연구기관, 국내 우수 연구자들과 연결하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최소 3개 이상 기업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교수는 "기업 지분은 학교에 환원하고, 정부 지원 없이도 스스로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