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간 줄기세포 이식으로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가 장기간 사라진 환자 사례가 보고됐다. HIV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형제로부터 줄기세포를 이식받은 환자가 이식 후 5년, 치료 중단 후 3년째에도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14일 밝혔다.
올해 63세 남성인 환자는 5년 전에 골수이형성증 치료를 위해 형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다. 환자는 HIV 감염 상태였지만, 이식 이후 항바이러스 치료를 중단한 뒤에도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환자의 혈액과 장 조직 등에서 HIV DNA를 정밀 분석한 결과,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온전한 형태의 바이러스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장(腸)은 HIV가 숨어 있는 주요 저장소로 알려져 있는데, 이 부위까지도 환자의 세포가 거의 전부 공여자인 형의 세포로 대체된 상태가 확인됐다. 바이러스 저장소가 사실상 제거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형의 줄기세포를 이식받으면서 CCR5 유전자 변이가 함께 전달됐고, 이것이 HIV 소멸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CCR5Δ32/Δ32'라고 하는 이 변이는 HIV가 세포 내부로 들어갈 때 사용하는 통로인 'CCR5 수용체'의 발현을 막아 HIV의 세포 침투를 억제한다.
다만 연구팀은 줄기세포 이식 자체가 10~20%의 사망 위험을 동반하는 고위험 시술인 만큼, 일반적인 HIV 환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 저장소 제거를 통한 HIV 완치 전략 수립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