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는 생명과학과 이규리 교수와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미국 워싱턴대 데이비드 베이커(Baker) 교수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원하는 물질만 족집게처럼 찾아내 결합하는 '인공 단백질'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이를 활용하면 암이나 난치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고, 부작용이 적은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베이커 교수는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다. 이규리 교수는 AI-CRED 혁신 신약 이노코어(InnoCORE) 연구단 연구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베이커 교수는 이 교수와 공동 연구를 진행, 이번 인공 단백질을 AI로 설계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이번에 설계한 '인공 단백질'은 특정 자물쇠에만 맞는 '맞춤형 열쇠'에 비유할 수 있다. 족집게처럼 병의 원인이 되는 물질에만 달라붙고 다른 곳은 건드리지 않아 부작용 없이 병만 깔끔하게 치료할 수 있고, 아주 적은 양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호르몬처럼 크기가 아주 작은 소분자 화합물을 정밀하게 감별해 결합하는 것은 기존 기술로는 어려웠으나, 이를 AI로 해결해 단백질 설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원자 단위까지 정밀하게 계산하는 AI 모델을 먼저 개발했다. 이를 통해 대사 물질과 약물 등 6종의 화합물과 각각 결합하는 인공 단백질을 만들어냈다.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단백질을 설계하고, 이를 통해 실제 검사 장비로 활용 가능한 '코티솔 바이오 센서'를 구현해 냈다. 해당 설계 기술은 현재 미국에 임시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규리 교수는 "이번 연구는 AI로 특정 화합물을 정밀하게 인식하는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것"이라며 "앞으로 질병 진단, 신약 개발, 환경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로 이 기술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2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