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규리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카이스트

국내 연구진이 202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 미국 워싱턴대 교수 연구진과 함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특정 화합물을 정밀하게 인식하는 인공 단백질을 설계하고 이를 실제 바이오센서로 구현하는 성과를 내놨다.

카이스트는 이규리 생명과학과 교수가 참여 중인 AI-CRED 혁신신약 이노코어 연구단 연구진이 베이커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원하는 화합물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단백질을 AI로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3월 28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이 교수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워싱턴대 및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HHMI)에서 박사후연구원과 스태프 사이언티스트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베이커 교수는 단백질 구조 예측과 설계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찾아 활용하거나 일부 기능만 개량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하는 기능을 지닌 단백질을 처음부터 설계(de novo)하고 실제 작동 여부까지 검증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AI 기반 설계를 통해 특정 화합물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맞춤형으로 제작했고, 이를 센서 기술로 연결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단백질을 설계한 뒤, 이를 기반으로 실제 측정이 가능한 바이오센서를 구현했다. 그동안 단백질 설계 분야에서는 저분자 화합물을 정확히 인식하는 기술이 대표적인 난제로 꼽혀왔다.

연구진은 단백질과 리간드 간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결합 단백질 설계에 나섰다. 그 결과 대사물질과 저분자 약물을 포함한 6종의 화합물 각각에 대해 인공 결합 단백질을 설계했으며, 실험을 통해 기능까지 확인했다.

이 가운데 코티솔과 결합하는 신규 단백질을 기반으로 화학 유도 이합체(chemical-induced dimer)를 설계해 코티솔 바이오센서를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관련 설계 기술은 미국에서 임시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규리 교수는 "이번 연구는 AI를 활용해 특정 화합물을 정밀하게 인식하는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사례"라며 "향후 질병 진단, 신약 개발, 환경 모니터링 등 여러 분야에 적용 가능한 단백질 설계 기술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6),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09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