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원 규모의 지분 매각은 취소하겠다. 증여세와 양도세를 납부해 납세 의무를 다하려던 의도가 '고점 먹튀'로 오해받는 것이 답답해 해명하려 나왔다."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천당제약 본사.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삼천당제약은 국내 최초로 점안제 제네릭을 수출한 기업이다. 회사 제품 기술력의 실체가 없다면 처벌을 받지 않겠느냐"고 했다. 삼천당제약은 올해 들어 주가가 400% 급등하며 '황제주(주가가 100만원 이상인 주식)'에 등극했지만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리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지난 20일 에코프로를 밀어내고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랐지만 5일 만에 45% 빠지며 4위로 내려앉았다. 주주들 사이에선 '황천당' '지옥당'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삼천당제약은 최근 의심스러운 대규모 수출 계약 체결, 회사 보유 기술에 대한 의문점, 회사 대표의 2500억원 규모의 지분 처분 공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투자자 신뢰가 급격히 추락한 상태다. 이 같은 의혹과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대표이사가 직접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지만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며 의문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다.
◇계약 공시가 부른 '급락'
삼천당제약은 올 들어 유럽에서 먹는 인슐린에 대한 임상 계획 신청, 먹는 비만약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식에 폭등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미국 파트너사와 경구용(먹는) 당뇨약 및 비만 치료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하며 주가는 폭락세로 돌아섰다. 회사는 이 계약으로 1억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단계별 성과금)을 확보하고, 앞으로 10년간 제품 판매 수익의 90%를 자사가 가진다고 했다. "해당 계약으로 앞으로 10년간 15조원 매출을 거둘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계약 상대방은 공개하지 않았다.
주가에 호재인 거액의 수출 계약 공시에 주가가 하락한 것은 계약 조건 때문이다. 공시 직후 업계엔 예상 매출 산정 근거가 뚜렷하지 않고, 수익 배분 조건도 이례적으로 회사 측에 유리하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또 수출 계약 당사자를 밝히지 않은 것도 '계약 부풀리기 아니냐'는 의심이 퍼졌다. 공시 당일 118만4000원이었던 회사 주가는 이튿날 가격 제한 폭(30%)까지 떨어지며 82만9000원에 마감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1일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전 대표는 이날 "실제 계약서에 10년간 15조원 규모의 구속력 있는 매출 전망이 명시돼 있고, 삼천당제약 제품이 원가 경쟁력이 뛰어난 만큼 상대방 회사가 제품 선점을 위해 한 계약"이라고 했다. 또 "미국 외 일본·유럽 등 11국과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다만 전 대표는 이날에도 구체적인 계약 상대방에 대해서는 "공시 규정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전 대표는 주가가 한창 오르던 지난달 24일 2500억원 규모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재원 마련을 위해 당시 2500억원가량의 지분(1.13%)을 팔겠다고 공시하면서 먹튀 논란이 일었다. 주주들 사이에선 "내부자가 회사 주가를 '고점'으로 인식하고 주식을 처분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전 대표는 이날 "대주주 개인의 재무 현안보다 기업 가치 안정과 시장 안정을 위해 지분 매각을 철회하겠다"면서 "여러모로 소통에 미숙했다"고 했다.
◇계속되는 기술 검증 논란
이날 대표이사가 직접 나와 설명을 했지만, 삼천당제약의 기술력 검증에 대한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다. 삼천당제약은 지금까지 자사가 보유했다는 경구용 인슐린과 먹는 비만약 복제 플랫폼과 관련해 제대로 된 임상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달 19일엔 먹는 인슐린 플랫폼에 대한 임상 1·2상 시험 계획(CTA)을 유럽에 제출했다고 밝혔으나, 아직 임상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업계에선 글로벌 대형 제약사도 경구용 인슐린 개발에 실패한 경우가 워낙 많고, 먹는 비만약 플랫폼 역시 제대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보인다. 회사는 이날도 구체적인 연구 데이터를 공개하진 않았다.
전 대표는 이날 회사가 미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는 서류를 보여주며 "FDA에 이미 먹는 비만약 복제품 판매 허가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고, 회사는 이 약에 대한 생동성 시험을 완료했다"고 했다.
이날 회견장을 메운 기자들 사이에선 그러나 전 대표가 보여준 서류가 정식 FDA 신청 서류가 아닌, FDA 담당자와 주고받은 이메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것만으로는 해당 품목이 실제로 제네릭(복제약)으로 인정됐는지 판단하기 어렵지 않으냐" "해외 기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단계는 아직 아니지 않으냐"는 질문도 재차 쏟아졌다.
전 대표는 계속되는 질문에 "FDA는 제네릭으로 인정하지 않는 품목이라면 애초에 관련 서류를 접수하거나 공식 미팅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대답했고, 나중엔 "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회사 R&D 담당 본부장도 "아직 FDA에서 제네릭 인정 여부에 대한 공식 레터를 수령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회사는 이후 "궁금한 것은 추후 따로 연락 달라"면서 기자회견을 접었다.
일각에선 삼천당제약의 연구·개발(R&D) 역량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의 전체 직원 426명 중 R&D 인력은 35명이었고, 이 중에서도 박사급 인력은 한 명이다.
연구개발 금액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21년 약 466억원(매출 대비 27.9%)이었던 R&D 금액은 지난해 156억원(매출 대비 6.7%)으로 4년 동안 67%가량 줄었다. 이날 오전 상승하던 주가는 4% 넘게 하락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