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에서 확산하는 K-브랜드 위조상품에 대응하기 위해 'K-브랜드 정부 인증제도' 도입에 나선다. 정부가 직접 인증 상표의 권리자가 돼 해외 현지 당국에 수사·단속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그동안 개별 기업 중심이던 대응 체계를 범정부 차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식재산처는 31일 브리핑을 열고 농식품부·중소벤처기업부·식품의약품안전처·관세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K-브랜드 정부 인증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했으며,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국적 요소를 반영한 인증 상표를 개발해 주요 수출국과 위조상품 유통 위험이 큰 70개국에 등록하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해당 상표의 사용 여부와 적용 제품을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가 제도 도입에 나선 배경에는 해외 위조상품 확산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있다. 브리핑에서 인용된 202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 유통되는 K-브랜드 위조상품 규모는 97억달러(약 11조원)로 추산된다. 이에 따른 일자리 손실은 1만4000개, 세수 손실은 1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또 지금까지는 해외에서 위조상품이 유통되더라도 피해 기업이 개별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구조여서 생산·유통 경로를 파악하기가 어려웠고, 현지 당국의 수사나 단속도 소극적인 경우가 많았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배상액이 변호사 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기업 단독 대응에는 한계가 있었다.
새 제도의 핵심은 정부가 '증명표장' 형태의 인증 상표를 보유하는 데 있다. 기업의 기존 상표와 함께 정부 인증 상표를 제품에 부착하면, 위조 방지 요소와 디지털 인증 기술을 통해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해외 소비자는 별도 앱 설치 없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제품을 스캔해 진위를 확인할 수 있고, 정부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위조상품 유통 지역과 규모를 실시간에 가깝게 파악할 수 있다. 침해가 확인되면 외교부, 중기부, 농식품부, 식약처, 관세청 등 관계부처가 협력해 현지 당국에 수사·단속과 통관 보류 등을 직접 요청하게 된다.
한국조폐공사 측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증 상표에 육안 식별 요소와 디지털 요소가 함께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특정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인증 시도가 발생할 경우 위조 가능성을 데이터베이스에서 걸러내고, 이를 관계기관과 공유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렇게 축적된 위조 데이터가 기업의 민·형사 소송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은 "적용 대상은 우선 식품, 화장품, 패션 등 K-소비재 중심이 될 전망"이라며 "주요 수출 품목을 중심으로 기업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실제 어떤 제품에 인증 상표를 붙일지는 개별 기업이 판단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기업의 정식 브랜드가 아닌 이른바 '한류 편승 상품'까지 모두 규율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인정했다. 국내 상표권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품의 경우 이번 제도가 직접 작동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K-브랜드 인증 상표가 사실상 정부 보증처럼 비칠 수 있는 만큼 최소한의 품질 기준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HACCP, KC 등 각 부처가 운영 중인 기존 인증제도를 통과한 제품에 우선 인증 상표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고, 별도 인증이 없는 패션·스타트업 제품 등은 관계부처 추천을 통해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관련 예산은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에 95억원 반영을 추진한다. 정부는 이 예산에 시스템 구축비와 홍보비, 중소 수출기업 지원비 등을 포함했으며, 향후 사업 진행 상황을 보며 지속 추진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중소 수출기업의 법률 대응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문가 조력과 법무 비용 지원 예산도 확대할 방침이다.
김 처장은 "K-브랜드 인증상표 도입을 계기로 기업이 홀로 감당해 온 해외 위조상품과의 싸움이 이제 정부도 함께 대응하는 체계로 확 바뀐다"며 "K-브랜드의 가치를 지키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지키는 일인 만큼, K-브랜드 위조상품을 끝까지 추적하고 반드시 근절한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