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1년에 약 보름 동안 미세먼지와 오존 등 주요 대기오염물질 4가지에 동시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오염물질이 한꺼번에 기준치를 넘는 이른바 '복합 대기오염'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임정호 유니스트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주요 대기오염 물질의 지표면 농도를 시간 단위로 추정해 지도처럼 보여주는 인공지능(AI) 모델 '딥맵(DeepMAP)'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동아시아 대기질을 분석한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기관지와 폐 깊숙이 침투해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고, 이산화질소는 자동차 배기가스나 연소 과정에서 주로 발생해 폐 기능 저하와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오존은 성층권에서는 자외선을 막아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지만, 지표면에서는 강한 산화성 물질로 작용해 호흡기와 심혈관계에 부담을 준다. 최근에는 이런 물질들이 동시에 인체에 들어올 경우, 단일 물질에 노출될 때보다 건강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딥맵은 정지궤도 환경위성(GEMS) 자료와 대기화학수송모델, 수치예보 기반 기상자료, 지상 관측자료를 함께 활용한다. 이를 통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오존뿐 아니라 일산화탄소, 이산화황까지 포함한 6종의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시간 단위로 동시에 산출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세계보건기구(WHO)의 단기 권고 기준을 여러 오염물질이 동시에 넘는 현상이 동아시아 전역에서 넓게 나타났다. 특히 한국에서는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질소, 오존 등 4개 물질이 한날한시에 기준치를 초과한 날이 연평균 15일에 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런 복합 오염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두드러졌다. 중국 화북평원은 연간 24일, 동부 지역은 19일 수준으로 나타났다. 복합 오염은 주로 3월과 4월, 10월에 집중됐다. 연구진은 겨울철 난방의 영향이 남아 있고, 봄철 황사가 더해지며, 가을철에는 고기압 영향으로 오존 생성이 활발해지는 계절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개발한 모델의 강점은 공간 해상도와 시간 해상도 모두 높다는 점이다. 10㎞ 단위의 비교적 촘촘한 공간 해상도로 지역별 오염 분포를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고, 시간 단위 분석이 가능해 오염이 언제 심해지고 어느 방향으로 변하는지도 추적할 수 있다.
임정호 교수는 "기존에는 대기오염을 개별 물질 중심으로 분석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환경에서 여러 오염물질이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모델은 복합 대기오염을 더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해 대기질 예보, 환경정책 수립, 공중보건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지난 20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참고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2026), DOI: https://doi.org/10.1021/acs.est.5c15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