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0년 안에 달에 거주용 기지를 짓겠다고 발표해 주목받는 가운데, 우주에서 인류가 대(代)를 이어 정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주의 미세 중력에서 정자가 이동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데다, 어렵게 수정에 성공해도 제대로 자라지 못해 아기를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호주 애들레이드대 연구팀은 27일 네이처 자매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에 사람, 쥐, 돼지의 정자와 난자, 초기 배아를 이용해 미세 중력이 생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세 중력 상태를 구현한 뒤 자궁경부를 모방한 좁은 통로를 통과하는 정자를 관찰했다. 분석 결과, 통로 끝까지 도달한 정자의 비율이 현저하게 줄었다. 쥐 실험에서는 미세 중력에 4시간 노출했을 때 수정 성공률이 지구 중력 조건보다 약 30% 낮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정자의 운동성 자체는 유지됐지만, 난자를 향해 정확히 이동하는 능력이 저하돼 수정 효율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수정 이후 초기 배아 발달 역시 미세 중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정 직후 24시간 동안 미세 중력에 노출된 배아는 세포 분열 속도가 느려지고, 세포 수가 줄어드는 등 발달이 지연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미세 중력이 초기 배아의 정상 발달을 방해해 임신 성공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연구팀은 "실제 우주가 아닌 실험 장비를 이용해 미세 중력을 모사한 실험이어서 실제로 인간이 우주에서 정상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달·화성 이주를 위한 기술 개발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우주에서의 임신과 출산 가능성도 인류가 풀어야 할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