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균(왼쪽에서 5번째) 보령 대표이사와 임직원 등이 지난해 11월 경기도 안산의 의약품 생산시설 '보령 안산 캠퍼스'에서 페니실린 생산시설 증설을 위한 착공식에 참여하고 있다. /보령 제공

중동 전쟁과 감염병 여파로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 보령이 항암제와 항생제 등 필수의약품 생산 확대에 나섰다. 공급망 위기에 대응해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며 이른바 '제약 주권' 확보에 기여하겠다는 전략이다.

보령은 "의약품 제조는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라며 "필수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구축해 보건 안보 강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수입 의약품 공급 중단 사례는 141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지널 항암제 '탁소텔' 직접 생산·유통

보령은 지난해 9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서 항암제 '탁소텔(성분명 도세탁셀)'의 글로벌 사업권을 인수했다. 도세탁셀은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된 대표적인 세포독성 항암제로, 유방암·전립선암·위암 등 다양한 고형암 치료에 사용된다.

보령은 이번 인수를 통해 판권과 생산권, 유통권 등을 확보하고 오리지널 항암제를 직접 생산·공급하는 구조를 갖췄다. 충남 예산캠퍼스를 중심으로 생산 내재화도 추진하고 있다. 예산캠퍼스는 유럽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준(EU-GMP) 인증을 받은 생산 시설로, 글로벌 수준의 품질 관리 체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최근 항암 치료가 표적·면역 치료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세포 독성 항암제는 1세대 항암제로서 여전히 치료의 기본 축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생산 시설 노후화, 바이오 의약품 제조를 위한 생산 시설로 전환 등 문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품절과 공급 차질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정적 공급 기반 확보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앞서 보령은 젬시타빈(젬자), 페메트렉시드(알림타) 등 글로벌 다빈도 항암제의 국내 권리를 확보해 자체 생산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향후 보령은 인허가 과정을 거쳐 19개국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페니실린 생산 확대… 공급망 대응력 강화

보령은 항생제 분야에서도 생산 확대에 나섰다. 보령은 지난해 9월부터 안산캠퍼스에 경구용 페니실린 생산 시설 증설을 추진 중이다. 기존 840평 규모에서 1320평으로 확대되며, 생산 능력도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페니실린계 항생제는 감염병 치료에 필수적인 국가필수의약품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공중보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2022년 소아용 아목시실린(항생제 시럽)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영국에서만 19명의 소아가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보령은 이번 증설을 통해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생산 능력 확대는 원료 수급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물량이 늘어나면 원료 협상력이 높아지고 공급처 다변화가 가능해져 글로벌 공급망 충격에도 대응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보령은 필수의약품 생산 확대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고, 국내 의약품 자급 기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보령 관계자는 "많은 의약품이 수급 불안정 상황에 놓여 있는 현실 속에서 '인류 건강에 꼭 필요한 기업'이라는 사명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필수의약품 공급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