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테니스 선수 세리나 윌리엄스가 지난해 7월 미국 원격 의료 기업과 함께 찍은 광고 캠페인.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비만치료제를 홍보하는 광고다. /연합뉴스

비만 치료제 시장의 대세가 '주 1회' 투여에서 '월 1회' 투여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에피스넥스랩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이젠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장기 지속형 비만 치료제 제형 개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에피스넥스랩은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 지투지바이오와 장기 지속형 미세 구체(마이크로스피어) 약물 전달 기술 플랫폼 공동 연구 및 기술 이전에 대한 3자 계약을 체결했다.

미세 구체는 쉽게 말하면 몸속에서 천천히 녹는 특수 알갱이 캡슐에 약을 담는 기술이다. 아주 작은 입자 안에 약물을 가둬 놓았다가 필요한 만큼 조금씩 내보낸다. 알갱이의 크기나 녹는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안에 담긴 약물이 한 달 동안 일정하게 계속 흘러나오도록 설계할 수 있다.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같은 성분의 약물을 적용하면 한 달에 한 번만 맞는 비만 치료제가 된다. 투약 횟수는 줄이면서도 약효와 안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펩트론도 장기 지속형 주사제 개발 분야에서 주목받는 곳으로 꼽힌다. 펩트론은 '스마트데포(SmartDepot)'라는 약물 전달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원리는 지투지바이오의 미세 구체와 유사하다. 생분해성 고분자 보호막 안에 가둬놓은 약물을 몸에 주입하면, 이 보호막이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한 속도로 녹기 시작한다. 이를 통해 보호막 안에 있던 약물이 천천히 흘러나오게 된다. 고분자 물질의 종류나 두께를 조절하면 약물이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고 한 달 내내 일정한 속도로 흘러나오게 만들 수 있다.

펩트론은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스마트데포 기술 평가 계약을 맺었다. 이 기술을 비만 치료제 성분에 적용해 효능을 검증하고 있다. 최근엔 일라이릴리와 기술 평가 기간을 최대 24개월로 연장했다. 일라이릴리가 원하는 수준의 대규모 생산 안전성을 입증한다면 본계약 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벤티지랩도 미세유체역학 기술을 앞세워 다국적 제약사와 손잡고 연구 중인 곳이다. 미세유체역학 기술은 아주 미세한 양의 액체를 일정한 크기의 알갱이로 만들고, 이를 통해 약물을 전달한다. 약물 알갱이를 똑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만드는 중요한 기술이다. 알갱이 크기가 같아야 몸속에서 녹는 속도가 일정해지고, 약효가 들쭉날쭉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베링거인겔하임과 펩타이드 기반 장기 지속형 주사제 공동 연구를 위한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선 베링거인겔하임이 인벤티지랩과 협력해 자사의 비만 치료제 후보 물질을 한 달에 한 번 투여하는 방식으로 개발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비만 인구가 늘면서 비만 치료제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4년 300억달러(약 45조원)에서 2030년 2000억달러(약 301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