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이 눈의 미생물을 유전적으로 조작해, 단 한 번의 투여로 각막 상처 치료를 지속하는 '살아 있는 안약(Living eye drop)'을 선보였다. 연구 결과는 지난 5일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에 소개됐다.
이 안약은 딱 한 번만 떨구면 상처가 치료된다. 각막의 상처나, 눈의 염증, 심한 안구건조증에도 효과적이다.
비결은 우리 눈꺼풀 아래에 있는 착한 세균 '코리네박테리움 마스티티디스(C. mastitidis)'에 있다. 보통 일반적인 안약은 눈에 넣자마자 눈물에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금방 사라지지만, 이 세균을 치료제로 활용해 눈에 넣으면 눈물에도 씻겨 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계속 머무를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점에 착안해, 세균이 눈에 머무는 동안 치료 성분을 스스로 만들도록 유전자를 편집했다. 세균 유전자에 '인터루킨-10(IL-10)'이라는 항염증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 정보를 집어넣은 것이다. 이 단백질은 눈의 염증을 줄이고 상처 회복을 돕는 물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치료제는 눈 속에서 'IL-10'을 계속 내뿜게 된다. 눈꺼풀 아래 붙어 있던 무해한 세균이 유전자 편집 과정을 거쳐 24시간 내내 항염증 물질을 내보내는 치료제가 된 것이다.
연구팀은 각막에 상처를 입힌 쥐를 대상으로 치료제 효능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 치료제를 눈에 넣은 그룹은 일반 식염수나 보통 안약을 넣은 그룹보다 훨씬 빠르게 각막의 상처가 회복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안토니 세인트 레저 박사는 "이 치료제는 안구 표면에 사는 미생물을 조작해 치료제를 전달한 첫 번째 사례"라며 "이를 통해 한 번만 적용해도 눈을 보호하고 치유를 돕는 '생체 의약품(Living Medicine)'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과거에도 '살아있는 안약'을 표방하며 '리빙 아이드롭(Living eye drop)'이라고 불리는 약이 나온 적이 있긴 했다. 다만 이들 대부분은 혈청이나 줄기세포 성분을 담은 영양제에 가까웠다. 세균을 바탕으로 치료제를 완성, 한 번만 점안해도 눈속에서 계속 치료 물질이 나오도록 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연구팀은 지속적인 추가 검증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기술이 실제 환자들에게 쓰이려면, 치료가 끝난 뒤엔 미생물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는 기술까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