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청구성심병원에서 간호사가 디지털 헬스케어 '씽크'를 통해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이달 초 찾아간 서울 은평구 청구성심병원 6층 간호사실의 벽면 모니터에는 병동 환자 10명의 심박수와 호흡수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갑자기 한 환자 모니터에서 심박수가 급격히 흔들리더니 '낙상 경보'가 떴다. 간호사는 즉시 해당 병상으로 달려가 침대에서 떨어질 뻔한 환자를 다시 눕혔다.

청구성심병원은 지난달 일반 병실 196개 병상 전부에 AI(인공지능)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를 도입했다. 환자 가슴에 부착한 웨어러블로 심박수·호흡수 등 생체 신호를 원격으로 수집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의료진에게 알리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이다. 특히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운영되는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병동(116개 병상)에서 환자 상태 확인 부담을 덜기 위한 취지다.

이규민 청구성심병원 간호본부장은 "이전에는 간호사가 수시로 병실을 돌며 환자 상태를 확인해야 했는데,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대응 속도가 빨라졌고, 업무 부담도 줄었다"며 "혈압·체온 등 더 다양한 신호를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2029년 시장 규모 7조7000억원, 이용자 40억명 전망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연주

국내 제약사들이 수익 다각화를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신약 개발은 통상 10년 이상이 걸리지만, 디지털 헬스 제품은 비교적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고,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의 제네릭(복제 의약품) 약가 인하 압박 속에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측면도 있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를 현행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이 현실화되면 대부분 제약사 수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는 평가가 많다. 삼정KPMG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5년 1877억달러(약 278조원)에서 2029년에는 2467억달러(약 36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이용자도 2025년 33억명에서 2029년 40억명으로 늘어난다는 예상이다. 국내 시장은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조사(2025년 발표)에서 매출 7조7049억원, 종사자 5만3088명으로 집계됐다. 매출 41%는 의료용 기기, 20%는 디지털 의료 지원 시스템과 인프라 관련 매출이다. 종사자의 절반 가까이는 연구 개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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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조직 신설, 대표 제품 '고도화'

제약사 중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으로는 대웅제약이 거론된다. 대웅제약은 2024년 디지털 헬스케어 전담 마케팅 사업부를 신설했다. 이를 계기로 병원용 병상 모니터링 '씽크'를 고도화한 통합 플랫폼 '올뉴씽크'를 내세우며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10만 병상 이상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부문 연 매출 3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연속 혈당 측정기 '리브레', 안과 AI 설루션 '위스키', '옵티나', 진료 기록 자동화 설루션 '젠노트' 등 다양한 서비스와 협력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도 디지털 헬스케어실을 중심으로 상품군을 확대하고, 헬스케어 종합 설루션으로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격 환자 모니터링 플랫폼 '하이카디(HiCardi)', AI 망막 진단 설루션 '닥터눈 CVD', '닥터눈 Fundus' 등이 대표 제품이다.

한독은 만성 질환 영역에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연속 혈당 측정기 '바로잰Fit'을 내세우고 있다. 유한양행은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휴이노에 50억원을 투자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제약사들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 투자 영역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약사 관계자는 "시장 주도권을 쥐면 병원 네트워크와 데이터도 손쉽게 확보할 수 있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며 "이러한 구조를 제약사들이 잘 알고 있기에 시장 선점 경쟁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