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

삼천당제약은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기업으로 꼽힙니다. 지난 20일 에코프로를 밀어내고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말 주가가 23만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300% 넘게 올랐죠.

업계에서 이 회사를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21조7000억원을 넘긴 시가총액에 비해 빈약한 실적이 대비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318억원, 영업이익은 85억원 정도입니다.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이 실적보단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감에 있다는 얘기일 겁니다.

이 회사가 주력하는 후보 물질은 10년 넘게 개발해 왔다는 '먹는 인슐린'입니다. 당뇨병 환자들은 필요할 경우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을 쓰는데요, 이 인슐린은 피하 주사 제형입니다. 인슐린은 단백질 호르몬이라서 위에 들어가면 강한 위산 때문에 인슐린 입체 구조가 파괴됩니다. 이 과정에서 호르몬의 기능을 잃고 흡수되죠. '먹는 인슐린' 개발이 까다롭고 어려운 이유입니다.

삼천당제약은 이 인슐린을 세계 최초로 먹는 형태로 개발하는 중입니다. 'S-Pass'라는 자체 플랫폼 기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인슐린이나 단백질 약물을 특수 물질로 감싸서 위산으로부터 보호하고, 소장 벽을 억지로 통과시키는 대신 세포 사이의 틈을 일시적으로 열어 흡수시키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이 임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낸다면, 당뇨 환자들이 허벅지나 복부에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고 간단히 약을 먹어서 해결할 수 있을 테니, 그야말로 시장이 흔들릴 수 있겠죠. 현재 글로벌 인슐린 시장 규모는 약 40조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문제는 실제 임상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입니다. 삼천당제약은 지난 19일 유럽에 임상 1·2상 시험 계획(CTA)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아직 임상 허가가 난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도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솟구쳤죠. 회사 측은 임상 허가가 난다면 올해 말쯤 임상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경구용 인슐린 개발에 최적화된 제형을 찾고 임상 프로토콜을 구축하는 등 준비 기간이 길었으니, 임상 기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업계에선 다만 유럽 임상이 윤리 기준이 까다롭고 시간 변수도 크다는 점에서 임상 성공을 미리 예단하긴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먹는 인슐린 치료제 개발에 실패한 과거 사례도 적진 않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와 글로벌 인슐린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당뇨병 치료제 기업인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도 경구용 인슐린 개발을 추진하다 2016년 중단한 바 있습니다. 임상 2상에서 기술적인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주사제보다 흡수율이 현저히 낮아 기대한 것보다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개발을 중단한 거죠. 이스라엘 제약사 오라메드도 경구용 인슐린을 개발했으나, 2023년 1월 공개한 임상 3상 결과에서 유의미한 혈당 조절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개발을 접었습니다. 그만큼 먹는 인슐린 치료제를 시장에 내놓는 게 결코 수월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임상 결과나 기술 이전 성과에 따라 시가총액 변동성이 극심한 편입니다. 장밋빛 전망에만 기대기보단 향후 임상 진행 여부와 플랫폼 기술 확장성 등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