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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소아외과 파올로 데 코피 교수팀이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식도를 돼지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다고 20일(현지 시각) 밝혔다. 인공 식도를 이식받은 돼지들은 정상적으로 음식물을 씹어 넘길 수 있었다고 한다. 연구 결과는 같은 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됐다.

◇돼지에 인공 식도 이식 성공

이번 수술은 식도 사이에 큰 틈이 있는 상태로 태어나는 장간격 식도 폐쇄증을 겪는 어린이, 암 등으로 식도가 망가진 성인들을 위한 더 안전한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진행됐다.

기존의 장간격 식도 폐쇄증 환자들은 식도 대체술을 진행하면서 위를 목까지 끌어올려 결장 일부를 떼어내야 했다. 식도암 환자들도 망가진 식도 대신 환자의 위를 목까지 끌어올려 붙이거나, 결장(대장) 일부를 떼어내 식도 대신 이식하는 큰 수술을 해야 했다. 위험 부담이 적지 않은 수술이다.

연구팀은 수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환자의 줄기세포로 만든 맞춤형 인공 식도를 사용하기로 했다. 환자 몸에서 세포를 추출해 인공 식도를 만들기 때문에 면역 거부 반응도 적고 결장 일부를 떼어내는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인공 식도 이렇게 만들었다

연구팀은 먼저 '수술 대상' 돼지의 근육과 결합 조직에서 세포를 추출, 이것으로 줄기세포를 만들었다. 줄기세포는 식도에 필요한 근육이나 신경 등으로 변할 수 있는 '만능 재료'다. 수술 대상자의 세포를 추출해 쓰기 때문에 이식 후 면역 거부 반응도 거의 없다.

이후엔 다른 돼지 16마리에서 기증받은 식도에서 안의 세포는 깨끗이 씻어내고 식도 형태와 구조를 유지하는 단백질 틀(거푸집)만 남겼다. 식도 모양의 '틀'을 만든 것이다.

이 돼지 식도 틀에 수술 대상 돼지의 줄기세포를 주입, 2개월 동안 특수 배양기에 넣고 길러냈다. 이렇게 틀에서 길러내면 줄기세포들이 정확히 식도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자랄 수 있다. 이를 통해 2개월 뒤엔 이식이 가능한 진짜 식도 조직이 완성됐다고 한다.

◇8마리 중 5마리 생존, 모두 음식물 삼켰다

이제 이식 수술을 할 차례다. 연구팀은 10㎏급 미니 돼지 8마리의 식도 중 2.5㎝ 구간을 제거하고,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공 식도로 교체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 6개월을 관찰한 결과 이들 8마리 중 5마리가 생존했다. 이 5마리에게 이식한 식도는 모두 근육, 신경, 혈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돼지들은 정상적으로 음식물을 삼켜 넘길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수술을 바탕으로 앞으로 10~15㎝ 길이의 더 긴 식도 분절을 배양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3~4년 안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계기로 앞으로 식도암 환자나 식도 손상 환자들에게 덜 침습적인 방식으로 맞춤형 인공 식도를 이식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