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 질환을 줄이려면 9~11세에 '나쁜 콜레스테롤(LDL-C)' 검사를 받고, 오메가3 같은 건강보조식품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미국 심장학계의 새 지침이 나왔다.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심장학회(ACC) 등 11개 의학 단체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이상지질혈증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속 콜레스테롤·중성지방 수치에 이상이 생긴 상태로, 동맥경화를 촉진해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이번 지침은 2018년 이후 8년 만의 개정으로, 콜레스테롤 관리는 중년부터라는 통념을 깨고 '어릴 때부터 평생 예방'이라는 관점을 강조했다.
◇"9~11세 콜레스테롤 검사 권고"
새 지침은 9~11세에 콜레스테롤 검사를 받고, 성인은 19세부터 최소 5년마다 검사를 받도록 권고했다. 또 30~79세 성인은 앞으로 10년 안의 발병 위험뿐 아니라, 30년 뒤와 평생에 걸쳐 심혈관 질환 위험이 얼마나 쌓일지도 함께 따지도록 했다. 지금은 이상이 없어 보여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상태가 계속되면 나중에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단기 위험만 보지 말고 멀리 내다보고 관리하라는 의미다.
특히 이번 지침은 30~40대 성인에게 주는 메시지가 강하다. 이 연령대는 대개 당장 10년 안에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게 나온다. 하지만 LDL(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가 수십 년 동안 높게 유지되면 그만큼 혈관이 손상될 시간이 길어진다. 새 지침은 이 점에 주목해 지금 당장 위험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방치하지 말고, 나쁜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오랫동안 부담을 주지 않도록 젊을 때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리 목표 수치 제시
이전 지침은 치료약을 얼마나 강하게 써서 LDL 콜레스테롤을 몇 퍼센트 낮출지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이번에는 질환과 위험도에 따라 목표 수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예컨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을 겪어 재발 위험이 매우 큰 환자는 LDL 콜레스테롤을 55㎎/dL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경계~중등도 위험군은 100㎎/dL 미만, 고위험군은 70㎎/dL 미만으로 낮추도록 했다. 한국은 목표치(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기준)가 관상동맥질환자는 55㎎/dL, 경동맥질환자는 70㎎/dL, 중등도 위험군은 130㎎/dL, 저위험군은 160㎎/dL 미만 등이다.
이번 변화는 의사와 환자에게 더 분명한 목표를 제시한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미국 지침을 한국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오메가3로 LDL 낮추기, 비(非)권고"
이번 지침은 오메가3를 비롯한 건강보조식품으로 LDL이나 중성지방을 낮추려는 시도는 권고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지침이 인용한 근거에 따르면 생선기름, 계피, 마늘, 강황, 홍국쌀 등은 위약(僞藥)보다 LDL을 유의하게 낮추지 못했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오메가3(처방용 의약품은 제외)는 오히려 LDL 증가와 심방세동 위험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오메가3나 마늘 성분 제품이 혈관에 좋은 보조제 정도로 알려졌는데, LDL이나 중성지방을 낮추는 목적이라면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새 지침이 선을 그은 셈이다.
대신 지침은 식사·운동·체중 조절 같은 생활 습관 개선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하면 스타틴과 같은 검증된 약물 치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권고했다. 또 심혈관 질환 위험을 더 정확히 가려내기 위해 모든 성인이 평생 최소 한 번은 지단백(a) 수치를 측정할 것을 강하게 권고했다. 지단백(a)는 일반적인 콜레스테롤 검사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높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을 키울 수 있는 지표로 알려졌다.
김상현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번 지침은 LDL 콜레스테롤을 젊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수치가 높거나 심혈관 질환 위험이 큰 경우는 약물 치료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