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화성에 홀로 남겨지자 작은 실험실에서 감자를 키워 먹는다. 이렇게 영화 속 상상의 장면으로만 등장했던 '우주 농사'가 달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와 텍사스 A&M대학 공동 연구팀은 달의 흙과 똑같이 만든 '모의 달 토양'에서 병아리콩을 직접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최근 밝혔다.
달은 식물을 기르기 어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달 토양을 뜻하는 월면토(月面土)에는 식물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알루미늄이나 아연 같은 금속 성분이 많아 식물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과거 미국이 아폴로 임무를 통해 가져온 달 토양 샘플을 모사한 월면토를 만들었다. 여기에 두 가지 '비밀 병기'도 투입했다. 바로 '지렁이 퇴비'와 '특수 곰팡이(수지상균근)'다. 달 토양에 부족한 비료 성분을 채우는 한편, 식물 뿌리에 달라붙어 사는 곰팡이를 넣음으로써 식물이 금속 성분을 덜 흡수하고 물과 영양분을 더 잘 빨아들이도록 설계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모의 달 토양에 식물을 심어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달 토양이 75%나 섞인 흙에서도 병아리콩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것이다.
반면 지렁이 퇴비와 곰팡이를 넣지 않은 모의 달 토양에선 식물이 꽃을 피우지 못했다. 드물게 싹을 틔운 경우에도 금세 죽고 말았다. 연구팀은 "달 토양에 지렁이 퇴비와 곰팡이를 섞어주면 식물이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화성처럼 습도가 낮은 환경(약 34%)에서도 일부 미생물이 한 달가량 스스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습도 34%는 사막에 가까운 매우 건조한 조건으로, 대부분의 미생물은 이런 환경에서 활동하기 어렵다. 하지만 곰팡이류 등 일부 미생물은 이런 조건에서도 자라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주 토양도 적절한 조건만 갖추면 생명 활동이 가능한 환경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달에서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작은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달 토양에서 자란 콩에 독성 금속이 쌓이지 않았는지, 우주비행사가 장기간 먹어도 안전한지 등을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