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평생이 자신도 모르게 실시간 중계되는 상황을 담은 영화 '트루먼 쇼'처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단 한 순간도 빠짐없이 기록된 물고기들이 있다. 이 '물고기판 트루먼 쇼' 실험에서 과학자들은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젊을 때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고 언제 자는지만 봐도, 그 물고기가 장수할지 단명할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평균 수명이 4~8개월에 불과한 아프리카 어류 '터콰이즈 킬리피시<사진>' 81마리를 각각의 수조에 넣고, 죽을 때까지 매일 24시간 내내 촬영했다. 초당 수십 장의 영상이 쌓이며 개체당 수억 프레임, 전체로는 수십억 장의 데이터가 쌓였다. 이를 AI(인공지능)로 분석해 물고기의 속도, 자세, 휴식, 수면 등 행동 패턴을 정밀하게 추적했다.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최근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젊은 시절 낮에 자주 졸고 움직임이 둔한 물고기는 비교적 일찍 죽었다. 반대로 낮 동안 활발하게 헤엄치고 잠을 주로 밤에 몰아서 잔 물고기는 더 오래 살았다.

특히 이런 차이는 생후 70일 무렵부터 나타났다. 이 시점을 기점으로 더 빠르고 활발하게 움직이며 수면이 밤에 집중된 개체와, 그렇지 않은 개체가 뚜렷하게 갈라졌다. 인간으로 치면 20~30대 무렵에 서로 다른 '노화 궤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물고기의 행동만으로 나이를 추정하고, 오래 살지 예측하는 '행동 시계' 모델도 만들었다. 실제로 이 행동 시계는 물고기 수명을 상당한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노화가 하루하루 조금씩 진행되는 완만한 과정이 아니라, 특정 시점마다 급격한 전환을 겪는 '단계적 과정'임을 확인했다.

다만 행동이 수명을 직접 결정하는지, 아니면 이미 진행 중인 노화 상태를 반영하는 신호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이번 연구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수면 패턴과 활동량 같은 일상적 행동만으로도 노화 속도와 건강 상태를 읽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수면 조절이 노화 과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기능 저하가 시작되기 전에 개입해 개인의 노화 경로를 바꿀 수 있는지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