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사들이 캡슐 안에서 동면 중인 상태로 화성으로 여행하는 모습의 상상도. 동면 상태에 빠지면 산소와 물, 영양분 소비를 최소화하고 무중력 상태의 근육과 뼈 손상도 막을 수 있다고 기대된다./챗GPT DALL·E3

지난 3일 독일 과학자들이 생쥐의 뇌를 얼렸다가 다시 녹여 기억 회로를 부활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곰이나 다람쥐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상황을 구현한 것이다. 뇌 조직을 얼리면서 부피가 늘어나는 얼음 결정이 생기지 않도록 한 특수 물질 덕분이다. 해동된 뇌 조직은 기억에 필요한 학습 기능까지 구현했다.

과학자들은 과학영화(SF)에 나오는 것처럼 인간이 동면(冬眠)을 할 수 있다면 장기간 우주여행에 필요한 자원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무중력 환경에서 받는 인체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같은 기술로 이식용 장기를 더 오래 보관하고 중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받기까지 수명을 연장할 수도 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화성에 도착하고 병이 말끔히 낫는 영화 같은 일이 다가오고 있다.

섭씨 영하 160도 에서 촬영된 뇌 조직 단면. 왼쪽은 유리화 과정을 통해 보존된 반면, 오른쪽 조직은 얼음 결정화와 균열로 인해 손상됐다./독 프리드리히 알렉산더대

◇생쥐 뇌, 해동되고 학습 기능까지 보여

독일 프리드리히 알렉산더대(FAU)의 알렉산더 게르만(Alexander German) 교수 연구진은 생쥐의 뇌 해마 조직을 섭씨 영하 130도까지 냉각시켰다. 해마는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한다. 해동하고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신경세포(뉴런)의 연결부인 시냅스 구조가 파괴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해동된 뉴런들은 다시 전기 신호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장기 강화(LTP) 현상까지 나타났다. 장기 강화는 특정 뉴런 간 신호 전달 효율이 장기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으로, 기억과 학습이 일어나는 핵심적인 메커니즘이다. 냉동됐던 뇌가 단순히 살아있는 것을 넘어,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할 기능적 준비가 됐음을 의미한다.

뇌가 동결과정을 견딘 것은 얼음 결정을 막은 덕분이다. 물이 얼면 부피가 늘어난다. 겨울에 물이 담긴 장독이 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포 속 수분이 얼면 날카로운 얼음 결정이 세포막과 신경망을 파괴한다. 게르만 교수 연구진은 동물의 간에 있는 천연 부동액을 모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시베리아 도롱뇽은 영하 50도에서도 수십 년간 생존할 수 있다. 비결은 간에서 생성되는 글리세롤이다. 이 성분이 부동액 역할을 하여 세포가 얼어 터지는 것을 막아준다. 연구진은 이를 모방한 물질로 이른바 유리화 냉동을 했다. 유리는 고체이지만 얼음처럼 결정 구조가 없어 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

이번 연구는 의학 연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수술 중 채취한 조직을 오랫동안 안전하게 냉동했다가 몇 년 뒤 녹여서 새로 개발한 약물을 시험할 수 있다. 심장이나 신장 같은 장기도 같은 방법으로 냉동하면 먼 거리까지 수송할 수 있다. 게르만 교수는 "사람을 인공 동면 상태로 전환했다가 다시 살릴 수 있다면 불치병 환자가 새로운 치료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동면 상태로 우주여행을 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위에서부터 아바타(2009년 개봉), 에일리언(1979), 패신저스(2016) 한 장면./월트 디즈니 픽처스, 이십세기폭스, 소니 픽처스

◇장거리 우주여행도 동면하면 현실화

미국과 유럽 우주 당국은 심우주 탐사를 위해 인공 동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 로켓 기술로는 지구에서 화성까지 왕복하려면 2년 이상 걸린다. 인간은 그런 장기 우주여행을 견디기 어렵다. 우주는 중력이 거의 작용하지 않아 근육과 뼈가 크게 약해진다.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에 탑승했던 우주인들은 1년 뒤 근육 단백질이 약 20%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뼈도 점차 약해진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우주에선 한 달마다 뼈의 밀도가 1%씩 감소한다.

동면하는 동물은 다르다. 곰은 겨울잠을 자는 동안 체중이 20%나 줄지만 근육과 뼈는 멀쩡해 깨어나자마자 바로 움직일 수 있다. 우주에선 치명적인 방사선도 문제지만 동면하면 방사선도 잘 견딜 수 있다고 알려졌다. 무엇보다 에너지 소비도 줄어든다. 정상적인 수면은 에너지 사용량이 5%만 줄어들지만, 다람쥐는 동면으로 에너지 소비를 85%나 줄일 수 있다. 만약 우주비행사가 인공 동면에 들어가면 그만큼 우주선에 물과 산소, 식량을 덜 실어도 된다.

과학자들은 동물에서 인공 동면 기술을 찾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진은 2022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다람쥐가 동면 동안 체중의 3분의 1을 잃고도 근육을 유지하는 비결을 찾았다고 밝혔다. 체중 감소는 동면 동안 지방에서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대신 장내 미생물로 오줌 속 질소를 재활용해 단백질을 얻어 근육은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래스카대의 켈리 드루(Kelly Drew) 교수는 동면 유도 물질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2011년 합성 아데노신을 땅다람쥐에 주입해 동면을 유도했다. 앞서 일본 연구진이 뇌가 아데노신과 반응하지 못하면 동면 중인 햄스터가 깨어난다고 발표한 데서 착안한 연구였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2023년 '네이처 메타볼리즘'에 생쥐의 뇌 시상하부에 30초간 초음파를 쏘아 1시간 동안 동면을 유도했다고 발표했다. 시상하부는 뇌에서 체온과 수면 등 신체 항상성을 조절하는 영역이다. 오리건 보건대 연구진은 지난해 동면을 하지 않는 쥐를 겨울잠에 빠지게 할 스위치를 시상하부에서 찾았다고 발표했다. 시상하부에 있는 특정 신경세포들이 작동하면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체온이 떨어졌다. 쥐는 동면에서 나타나는 뇌파와 심장 박동 형태를 보였다.

미국 알래스카대 켈리 드루 교수 연구실에서 동면 중인 땅다람쥐. 연구진은 동면 유도 물질을 찾아냈다./미 알래스카대

◇2030년대 인간 동면 실험, 의학에도 도움

미국과 유럽은 2030년대에 인체에 인공 동면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클리프턴 캘러웨이(Clifton Callaway) 피츠버그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2024년부터 NASA의 지원을 받아 21~54세 남성 5명을 대상으로 초보적인 실험을 했다. 신체의 자연적인 떨림을 억제하는 진정제를 주사해 체온을 37도에서 35도로 낮추자 신진대사가 20% 급감했다. 독일 뮌헨대와 괴테대도 유럽우주국(ESA)의 지원을 받아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인공 동면은 우주여행뿐 아니라 지구의 의학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ESA 동면 연구 그룹의 위르겐 베라이터-한(Jürgen Bereiter-Hahn) 괴테대 명예교수는 "생명 활동을 느리게 하면 의사들이 치료법을 찾는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암을 치료할 항체를 개발하는 데 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 이식에서도 환자와 장기 전체를 저체온 상태로 유지하면 수술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먼 곳에 있는 장기를 이송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또 침대에 오래 누워 있는 중환자들은 무중력 환경에 있는 우주비행사처럼 근육과 뼈가 감소한다. 인공 동면은 중환자의 근골격을 유지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비만과 당뇨병 치료도 마찬가지다. 곰의 지방세포는 동면 동안 당분 흡수를 지시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에 저항한다. 그래야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 인간에서 인슐린 저항은 당뇨병을 유발한다. 땅다람쥐는 동면 전에 급속히 살이 찌고 동면 중 식욕을 억제한다. 이를 연구하면 인간의 당뇨병과 비만을 치료할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힘들 때 겨울잠은 지구든 우주든 언제나 보약인 셈이다.

참고 자료

PNAS(2026), DOI: https://doi.org/10.1073/pnas.2516848123

Current Biology(2025), DOI: https://doi.org/10.1016/j.cub.2024.11.006

Nature Metabolism(2023), DOI: https://doi.org/10.1038/s42255-00804-z

Science(2022),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bh2950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2021), DOI: https://doi.org/10.1016/j.neubiorev.2021.09.054

Journal of Neuroscience(2011), DOI: https://doi.org/10.1523/JNEUROSCI.1240-11.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