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IT 스타트업 대표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자신의 반려견을 위한 맞춤형 암 백신을 설계하고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향후 개인 맞춤형 치료 기술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호주에서 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한 폴 코닝엄은 오픈AI의 챗GPT와 구글 딥마인드의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를 활용해 암 관련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 백신 설계에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그는 의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머신러닝과 데이터 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백신 설계에 도전했다.
코닝엄이 백신 설계에 나선 이유는 그의 8살 반려견 '로즈' 때문이다. 로즈는 스태퍼드셔 불테리어로, 암의 일종인 비만세포종 진단을 받고 수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이에 코닝엄은 종양 DNA를 분석해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를 찾아냈고, 이를 표적으로 삼는 백신을 설계했다. 코닝엄은 "챗GPT가 분석과 아이디어 도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백신 제작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RNA 연구소가 맡았다. 연구소 측은 "코닝엄이 설계한 유전자 서열을 활용해 두 달도 채 걸리지 않아 백신을 제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백신을 투여한 뒤 로즈의 건강 상태는 크게 개선됐다. 코닝엄은 "암 종양이 약 75% 감소했다"며 "작년 12월 초에는 암 투병으로 움직임이 크게 줄어들고 기운이 없는 상태였는데, 1월 말에는 토끼를 쫓아 울타리를 뛰어넘을 정도로 회복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AI를 활용한 맞춤형 바이오의약품 설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특히 환자나 동물 개체별 종양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치료제를 설계하는 '개인 맞춤 의학'이 AI 기술 발전으로 더 빠르게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단백질 구조 예측과 돌연변이 분석을 빠르게 수행하면서 신약 설계 과정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모더나, 바이오엔테크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은 환자별 종양 돌연변이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mRNA 암 백신을 개발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코닝엄과 연구진은 현재 백신에 반응하지 않은 일부 종양을 추가로 분석해 새로운 맞춤형 백신을 설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향후 추가 연구가 진행될 경우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치료 기술이 다양한 질환 치료에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