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서 확인되듯, 수조 원짜리 항공모함이나 방공망을 벌떼 공격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 가성비 드론이 현대전의 핵심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군인이 공격용 드론을 살펴보는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감시를 많이 받는 중장거리 미사일과 달리 드론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란이 드론전을 앞세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서 보듯 공격용 드론이 현대전의 핵심 무기가 되고 있다. 수조 원짜리 항공모함이나 방공망이 수천만 원짜리 드론의 벌떼 공격에 무력화할 수 있다는 '비대칭 전쟁(Asymmetric Warfare)'의 서막이다. 오래전부터 '가성비 드론'이 전쟁판을 바꿀 것이라고 주장해 온 전문가가 있다. 2013년부터 드론 대(對) 드론 전투를 연구해 오면서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심현철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다. 그는 로봇공학 분야 최고 권위 학회인 IROS가 2016년 주최한 세계 최초 자율 드론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했고, 2018년 미국 방산 업체 록히드마틴이 주최한 드론 AI 경진 대회에서 3위를 했다. 심 교수는 9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SF 영화처럼 AI(인공지능) 드론이 스스로 사람을 추적해 공격하거나 로봇 병사가 지상전에 투입되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했다.

심현철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가성비 드론 싸움된 현대전

심 교수는 "전쟁에선 결국 가장 효과적이고 싼 무기가 살아남는다"며 "우크라이나가 훨씬 강한 러시아를 상대하기 위해 고안해 낸 게 드론 전술인데, 그때부터 효과가 확인된 것이다"고 했다. 그는 "3000만원짜리 드론으로 수십억원 하는 요격 미사일을 소모시키는 싸움을 하면 가성비에서 비교가 안 된다"고 했다. 미국은 최첨단 무기를 갖고 있지만, 이란은 방산기업 샤헤드가 개발한 값싼 드론으로 맞서고 있다. 대당 최소 제작비 3000만~7000만원 수준인 드론을 잡기 위해 발사하는 패트리엇 미사일은 한 발당 40억~70억원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미사일 1발 가격이면 드론 100대 넘게 날릴 수 있는 셈이다

심 교수는 "AI가 스스로 목표를 식별해 공격하는 드론 등장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이미 기술적으로 AI 컴퓨터를 소형화할 수만 있다면, 드론에 탑재해 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AI 군사 활용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계도 느슨해지고 있다. 심 교수는 "몇 년 전만 해도 AI 기술이 완전하지 않아 사용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최근엔 오히려 사람보다 효율적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유엔에서는 AI가 스스로 공격하는 자율 살상 무기를 금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심 교수는 "효율을 우선하는 전쟁 당사자는 언제든 국제적 합의를 무시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미국이 보여줬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K-드론, 잠재력 있지만, 중국에 밀려"

심 교수는 "북한도 최근 샤헤드136과 비슷한 공격용 드론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경험까지 축적되면서 드론전 숙련도가 상당히 올라갔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미 상당수 드론을 확보하고, 성능 개선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드론을 개발·생산해 왔는데, 최근에는 이란 드론 기술을 확보한 러시아가 북한에 관련 기술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은 충분한 기술적 잠재력이 있으면서도 이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심 교수는 "한국 드론 역량은 기술력과 제조 능력이 뒷받침돼 세계 5위권에 들어갈 잠재력이 있다"면서도 "규모의 경제에서 중국에 밀리고, 느린 행정 절차와 관료주의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했다. 드론 기술의 생명 주기는 6개월 단위로 변하지만, 국내에서는 전파 인증과 비행 승인 등 행정 절차에만 1~2년이 소요된다. 현장에서는 '기술을 마치면 이미 구식이 되어 있다'는 한탄이 나온다.

중국은 정부 지원과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드론 산업을 빠르게 키웠다. 중국의 드론 기업 DJI는 글로벌 시장 70~80%를 차지하는 압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심 교수는 "한국에서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원가가 40만~50만원인데, 중국에서 비슷한 성능 드론이 20만원에 판매된다"며 "이런 경쟁에 도전하려는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방산 드론조차 모터·변속기 등 핵심 부품 대부분을 중국산에 의존하는 실정이어서 유사시 안보 공백 우려가 제기된다. 심 교수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기술 굴기 국가가 바로 옆에 있고, 미국 역시 체면을 내려놓고 효율성에 집착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는 이들 사이에 끼어 경쟁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드론 전문가로선 참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