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 패러다임이 '가성비 드론'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이면에 자리한 자율 살상 무기(LAWS·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포도 현실화하고 있다. LAWS는 인간의 추가 지시 없이도 AI(인공지능)가 목표를 식별하고 공격할 수 있는 무기 체계를 뜻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실전 배치된 AI 표적 식별 시스템 '라벤더(Lavender)'와 '가스펠(Gospel)'은 LAWS 논쟁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AI가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공격 대상 인물과 공습 목표 건물 등을 자동으로 제시하는 이 시스템은 기존에는 정보 분석에 몇 주씩 걸리던 표적 선정 과정을 몇 초 만에 후보를 추려내는 수준으로 효율화했다. 그런데 하마스 대원 1명 제거에 허용 가능한 민간인 희생 인원을 15~20명 수준으로 설정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LAWS의 폭주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는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유엔은 특정 재래식 무기 금지 협약(CCW) 틀에서 LAWS 규제를 논의하는 정부 전문가 그룹 회의를 진행 중이다. 유엔은 '인간의 실질적 통제(Meaningful Human Control)'가 없는 무기 체계는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간의 개입 없이 인명을 빼앗는 기계는 정치적으로 용납될 수 없고 도덕적으로도 혐오스러워 국제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며 국제사회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 당사국을 비롯한 군사 강대국들의 속내는 다르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은 전면 금지 조약 체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책임 있는 사용(responsible use)'을 가이드라인으로 정하자고 주장한다. 자국 기술의 우위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국제사회 비난을 피하려는 전략이다.
현재 120여 국가가 LAWS 규제를 지지하고 있지만 미국·러시아·중국 등의 비협조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LAWS가 실전에서 활용될수록 규제 합의는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인류가 지켜온 전쟁 윤리를 AI 무기의 효율성이 압도하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