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에서 주인공은 화성의 작은 실험실에서 감자를 키워 먹으며 버티는 장면이 나온다. 이처럼 영화 속 상상에 머물렀던 '우주 농사'가 달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열렸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연구팀이 달의 흙과 똑같이 만든 '모의 달 토양'에서 병아리콩을 직접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국이 달에 유인(有人) 우주선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미션을 추진하는 가운데, 앞으로 달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장기간 임무를 수행하면서 스스로 식량을 조달하는 우주 농업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렁이 퇴비'와 '곰팡이'로 해결
달의 흙인 '월면토'는 식물이 자라기에 최악의 토양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알루미늄이나 아연 같은 금속 성분이 많아 식물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과거 미국이 아폴로 임무를 통해 가져온 달 토양 샘플을 모사한 월면토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여기에 '비밀 병기' 두 가지를 투입했다. '지렁이 퇴비'와 '특수 곰팡이(수지상균근)'다.
이를 통해 달 토양에 부족한 비료 성분을 채우는 한편, 식물 뿌리에 달라붙어 사는 곰팡이를 넣음으로써 식물이 금속 성분을 덜 흡수하고 물과 영양분을 더 잘 빨아들이도록 설계했다.
◇꽃 피고 열매 맺기까지 성공
연구팀은 이렇게 개발한 모의 달 토양에 실제로 식물 수확이 가능한지 시험해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달 토양이 75%나 섞인 흙에서도 지렁이 퇴비와 곰팡이를 함께 넣었을 땐 병아리콩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것이다.
반면 지렁이 퇴비와 곰팡이 없는 달 토양 성분 그대로인 환경에선 식물이 꽃을 피우지 못했다. 드물게 싹을 틔운 경우에도 금세 죽고 말았다. 연구팀은 "달 토양에 지렁이 퇴비와 곰팡이를 섞어주면 식물이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우주 농사의 첫걸음
연구팀은 화성처럼 습도가 낮은 환경(34%)에서도 특정 미생물은 한 달 정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부러 습도를 낮게 조절했을 때도 미생물이 스스로 자라났다는 것이다. 이는 우주 토양도 적절한 도움만 있다면 생명을 키울 수 있는 터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달에서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작은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 달 토양에서 자란 콩에 독성 금속이 쌓이지 않았는지, 우주인이 장기간 먹어도 안전한지 등을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