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그러운 해충, 집안의 불청객으로만 여겨졌던 바퀴벌레가 뜻밖에도 플라스틱 쓰레기 해결사로 떠올랐다.
분해가 어렵다는 스티로폼(폴리스틸렌)을 바퀴벌레가 먹어 치우고, 그 일부를 또한 에너지로 바꿔 살아갈 수 있다고 중국 하얼빈 공과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공동 연구팀이 지난 6일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과 생태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Ecotechnology)'에 밝혔다.
◇밀웜보다 10배나 빨랐다
현재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간 4억t이 넘는다. 이중에서도 폴리스틸렌은 가장 널리 사용되면서도 자연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꼽힌다. 스티로폼, 투명 플라스틱 컵이나 CD 케이스, 일회용 식기, 각종 포장재 재료로 사용된다. 이 폴리스틸렌은 잘게 부서져도 잘 사라지지 않으며, 토양과 하천 및 바다, 공기 중에 쌓여 환경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팀은 바퀴벌레 중에서도 몸집이 큰 편인 '두비아 바퀴벌레'를 대상으로 폴리스틸렌을 분해하는 능력이 있는지 살펴봤다. 바퀴벌레를 여러 그룹으로 나눠 폴리스티렌을 포함한 먹이를 제공한 뒤 그 분해 능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그 결과 바퀴벌레가 하루 3.3㎎가량의 폴리스틸렌을 분해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이는 기존에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있다고 알려진 곤충인 밀웜(mealworm)보다 무려 10배나 빠른 속도다. 또한 바퀴벌레들은 42일 동안 자신들이 섭취한 폴리스티렌의 절반 이상(약 55%)을 생물학적으로 분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미생물과 몸체의 '협업'
바퀴벌레는 어떻게 이렇게 빨리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었을까? 연구팀은 그 비결이 바퀴벌레의 장 속에 있다고 봤다.
바퀴벌레의 장내 미생물이 강력한 효소를 만들어내면서 딱딱한 플라스틱의 화학 고리를 잘게 끊어 놓았다는 것이다. 바퀴벌레는 이를 흡수해 에너지로 사용했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 실마리 찾는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분해를 위해 앞으로 더 많은 바퀴벌레를 풀어놓아야 할까? 연구팀은 바퀴벌레의 독특한 대사 시스템을 모방한 인공 처리 시설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바퀴벌레의 대사 경로를 복제한 '효소 공학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산더미처럼 쌓인 스티로폼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