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에는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가 살아남기 위해 직접 감자를 키우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적 상상처럼 보였던 이 장면은 인류가 다시 달로 향하는 시대를 앞두고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연구진은 달 토양을 흉내 낸 '모의 월면토'에서 병아리콩을 재배해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6일 게재됐다.
달의 흙인 월면토(레골리스)는 지구의 흙과 전혀 다르다. 월면토는 흙이라기보다는 잘게 부서진 암석 가루에 가깝고, 지구 토양처럼 식물을 돕는 유기물과 미생물 생태계가 거의 없다. 게다가 알루미늄, 아연 같은 금속 성분이 많아 식물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다. 이전에도 월면토를 비옥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식물은 제대로 자라지 못하거나 잎이 누렇게 변했다.
연구진은 이 한계를 넘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적용했다. 하나는 모의 월면토에 지렁이 퇴비(분변토)를 섞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지상균근이라는 공생 곰팡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지렁이 퇴비는 붉은 지렁이가 음식물 찌꺼기나 섬유성 폐기물 같은 유기물을 먹고 만든 배설물로,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과 미생물이 풍부하다. 수지상균근은 식물 뿌리와 함께 살아가며 뿌리가 흡수하기 어려운 영양분을 가져다주고, 식물이 중금속을 덜 흡수하도록 도울 수 있다. 또 토양 입자를 서로 붙게 돕는 단백질을 만들어 흙이 부서지고 날리는 현상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실험 결과, 병아리콩은 모의 월면토의 비율이 75%까지 올라가도 수확할 수 있을 만큼 자랐다. 특히 지렁이 퇴비와 수지상균근을 함께 처리한 조건에서만 꽃이 피고 씨앗이 맺혔다. 수지상균근이 모의 월면토에서도 뿌리에 정착해 살아남는 모습도 관찰됐고, 수지상균근을 접종한 식물은 접종하지 않은 식물보다 줄기와 뿌리의 건조 중량이 더 커 생장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다만 월면토에서 자란 식물은 일반 흙에서 자란 대조군보다 씨앗 수가 유의미하게 적었다. 그럼에도 지렁이 퇴비 비율이 25%와 50%일 때는 씨앗 무게가 대조군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수확량은 줄어도, 알이 제대로 여물 가능성을 보였다는 뜻이다. 반대로 모의 월면토 비율이 100%에 가까워지면 식물이 큰 스트레스를 받아 제대로 자라지 못하거나 조기에 말라 죽는 문제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구에서 쓰는 토양 재생 전략이 달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병아리콩이 실제로 우주인의 식량이 되려면 영양 성분이 충분한지, 재배 과정에서 독성 금속이 콩에 축적되지는 않았는지, 장기적으로도 안전한지 등을 확인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같은 학술지에는 화성 토양을 흉내 낸 환경에서 일부 미생물이 화성 수준의 낮은 습도에서도 한동안 자랄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영국 노섬브리아대 연구진은 화성 토양 모사체를 멸균 환경에 두고, 화성 수준과 비슷한 대기 습도 34% 조건에서 60일 동안 관찰했다.
시간에 따라 흙에 들어 있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양을 측정했더니, 30일까지 DNA 양이 증가했다. 미생물이 척박한 조건에서도 한동안 성장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60일에는 DNA 양이 다시 0으로 감소했다. 연구진은 "화성은 생명이 완전히 살 수 없는 곳은 아닐 수 있지만, 어떤 조건에서 생명이 유지되는지를 더 정교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Scientific Reports(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98-026-35759-0
Scientific Reports(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98-026-355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