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만년 전 지구에선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함께 살며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자손을 낳았다. 과거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과 아시아로 이동했던 인류의 후손, 즉 오늘날 아프리카 밖에서 사는 현대인의 몸속엔 이 흔적이 남아 있다.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2% 정도 섞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점도 있다. 이 네안데르탈인 흔적이 여성 성별을 결정하는 'X염색체'에선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과학계에선 이 '사라진 흔적'을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로 여겨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이 이 수수께끼를 풀어줄 새 연구 결과를 지난달 27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당시 '호모 사피엔스 여성'과 '네안데르탈인 남성'의 결합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빈번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현대인의 X염색체에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없는 이유를 '생물학적 부적합'에서 찾았다. 네안데르탈인의 X염색체 유전자가 현대인에게 해로워 자연 선택 과정에서 사라졌다는 가설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그러나 기존 가설을 뒤집고 시각을 바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를 정밀 분석해보기로 했다. 그러자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네안데르탈인의 X염색체 안에 현대인의 DNA가 다른 염색체보다 62%나 더 많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만약 두 종의 X염색체가 서로 맞지 않아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면 네안데르탈인 쪽에도 현대인의 DNA가 적어야 한다. '생물학적 부적합' 가설이 흔들린 것이다.
연구팀은 '호모 사피엔스 여성'과 '네안데르탈인 남성' 사이에서 아이가 더 많이 태어났을 경우, 현재와 같은 유전 패턴이 정확히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네안데르탈인 남성이 호모 사피엔스 여성에게 특별히 더 매력적이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