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를 세운 일론 머스크가 '달나라 도시'를 짓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머스크는 달을 건너뛰고 화성 개발에 더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던 인물이다. 이랬던 그가 갑자기 달에 '자체 성장 도시(Self-growing City)'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것에는 현실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달나라 도시 건설'이 '화성 도시 건설'보다 더 빨리 실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달 도시가 투자자 설득에도 유리
CNN과 스페이스닷컴 등 외신은 현실적인 기술 난관이 머스크의 계획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8일 소셜미디어 X에 "달에 도시를 짓는 건 10년 안에 가능하지만, 화성에선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쓴 바 있다. 그는 또한 "화성은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시기가 약 26개월마다 한 번씩 찾아오지만, 달은 열흘에 한 번씩 찾아온다"며 "지구에서 화성까지는 가는 데 약 6개월이 걸리지만, 달은 이틀이면 충분히 갈 수 있다"고 했다. 화성보다 달이 더 가깝고 편하게 오갈 수 있는 만큼 도시 건설 속도도 더 빠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가 차세대 대형 로켓 '스타십'으로 화물을 달에 보낼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과학 연구 및 생산 기지를 달에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달 탐사를 통한 수익 창출도 머스크의 계획 변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달의 극지방에 있는 얼음에서 숨 쉴 산소와 연료로 쓸 수소를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달에는 희귀 물질 '헬륨3'도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 융합기술연구소에 따르면, 달에는 최대 100만t(톤)의 헬륨3이 묻혀 있다. 헬륨 3가 1g만 있어도 석탄 40t이 만들어내는 것과 맞먹는 양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달에 묻힌 헬륨3를 캐낸다면 지구에서 1만년 동안 에너지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이런 점들을 따져봤을 때, 달 나라 건설이 투자자를 설득하기에도 더 나은 전략이라고 머스크가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달나라 호텔' 구상도
달나라 호텔을 짓고 우주 관광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기업도 있다. 미국의 우주 기업 '그루(GRU) 스페이스'는 달 표면에 깔린 토양을 활용해 호텔을 짓고, 2032년부터 투숙객을 받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호텔은 지구에서 만든 구조물을 우주선에 실어 달로 옮긴 뒤 공기를 주입해 부풀리는 팽창식 구조물 형태로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숙박 인원은 최대 4명이다. 호텔에 도착한 이들은 달 표면을 걷는 '문워크' 체험과 차량 주행 등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예약금은 100만달러(약 14억 6000만원) 수준이다.
◇NASA의 압박 "문제는 기술"
NASA의 압박이 머스크를 달로 향하게 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달에 먼저 유인(有人) 우주선을 보내기 위해 중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NASA는 중국이 목표로 삼은 2030년보다 먼저 달에 유인 우주선을 착륙시키려고 하는데, 기술적 문제로 일정이 계속 밀리고 있다. 당초 지난달 '아르테미스 Ⅱ' 프로젝트로 유인 우주선의 달 선회 비행을 계획했지만, 주력 로켓 시스템(SLS)에서 헬륨 누출이 발견돼 일정을 늦춘 상태다.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자, 최근 NASA는 2028년에 우주 비행사들이 달 표면에 착륙하는 '아르테미스 Ⅲ'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2027년에 저궤도에서 종합 시험 비행을 먼저 하고 이듬해 '아르테미스Ⅳ'로 달 착륙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NASA는 "발사 간격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것을 원치 않아 프로그램에 한 단계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달 착륙선 개발도 숙제로 남아있다. 스페이스X가 NASA와 착륙선 개발 계약을 맺었지만,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NASA는 스페이스X의 경쟁사 '블루 오리진'에도 착륙선 개발 가속화 방안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