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만년 전 남미에 살았던 공룡인 알나셰트리 세로폴리시엔시스(Alnashetri cerropoliciensis) 상상도. 나중에 나온 친척보다 작은 크기지만 큰 이빨과 긴 앞다리와 같이 육식 공룡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다./미 미네소타대

아르헨티나에서 생전 체중이 1㎏ 미만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 화석이 거의 온전한 상태로 발굴됐다. 지금까지 남미에서 발굴된 공룡 중 가장 작은 종(種)으로 추정된다. 초소형 공룡인 알바레즈사우루스(Alvarezsaurus)의 한 종이지만 기존과 다른 형태를 보여, 소형 공룡류가 여러 차례 다른 계통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피터 마코비키(Peter Makovicky) 미국 미네소타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북부 지역에서 중생대 백악기인 9000만년 전에 살았던 공룡인 알나셰트리 세로폴리시엔시스(Alnashetri cerropoliciensis)의 완전한 골격을 발굴했다"고 2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남미에서 완전한 골격 첫 발견

알나셰트리는 새와 비슷한 공룡인 알바레즈사우루스류에 속한다. 이 공룡들은 새처럼 주둥이가 길고 이빨이 작으며, 짧은 앞다리에 엄지발가락 하나만 가졌다. 그동안 알바레즈사우루스 화석은 대부분 아시아에서 발굴됐다. 남미에서도 일부 나왔지만 조각난 상태여서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2012년 파타고니아 북부 지역에서 닭만큼 작은 공룡의 뒷다리 뼈만 나왔다. 하지만 불완전한 상태여서 알바레즈사우루스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 외에는 더 이상 판단이 어려웠다. 새끼인지 성체인지도 알 수 없었다. 연구진은 2014년 같은 지역에서 거의 완벽한 화석을 발굴해 남미에 살았던 알바레즈사우루스 공룡의 미스터리를 풀 단서를 찾았다.

남미서 첫 완전 형태 발굴된 알바레즈사우루스류 공룡 알나셰트리./미 미네소타대

10년간 연구 끝에 연구진은 알나셰트리가 알바레즈사우루스 공룡의 성체임을 확인했다. 나이는 최소 4세 이상이지만 생전 체중은 700g에 불과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닭보다 작은 크기다. 놀랍게도 이번 공룡은 기존 알바레즈사우루스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알나셰트리는 길고 가는 뒷다리와 함께 긴 앞다리를 지녔으며, 특히 앞다리에는 발가락 세 개가 남아 있었다. 이빨도 컸다. 마코비키 교수는 "전체 골격이 발견되면서 알나셰트리가 다른 종과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다른 점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얻었다"며 "고생물학의 로제타석을 발견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로제타석은 기원전 2세기 이집트에서 만든 비석으로 왕의 칙령이 각각 이집트 상형문자와 민중문자, 고대 그리스어로 적혀 있어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이번 공룡 화석을 아시아에서 나온 같은 소형 공룡과 비교하면 공룡에서 새로 진화한 과정을 더 자세히 밝힐 수 있다는 의미다.

◇새와 흡사하지만 육식 공룡 특징 가져

알바레즈사우루스는 한때 조류의 초기 조상으로 여겼다. 이번에 발굴된 알나셰트리는 알바레즈사우루스 공룡이 조류와 비슷한 모습이 있지만 실제로는 비조류 수각류(獸脚類)였음을 보여줬다. 수각류는 티라노사우루스나 벨로키랍토르처럼 두 발로 걷는 육식 공룡이다.

9000만년 전 남미에 살았던 공룡인 알나셰트리 세로폴리시엔시스(Alnashetri cerropoliciensis)의 화석(위)과 골격도(아래)./미 미네소타대

지금까지 소형 알바레즈사우루스는 짧고 굵은 앞다리에 큰 엄지발가락 하나가 있었다고 여겼다. 마코비키 교수는 "알나셰트리는 기존 틀에 맞지 않는다"며 "알바레즈사우루스 중 크기가 작은 편이지만, 이빨이나 앞다리가 축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과학자들은 공룡의 먹이가 개미와 흰개미로 바뀌면서 몸집이 작아졌다고 생각했다. 반면 알나셰트리는 몸집이 나중에 나온 친척보다 작아도 수각류 육식 공룡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졌다. 개미를 먹는 식성에 적응하기 훨씬 전에 몸집이 작아졌다는 말이다.

마코비키 교수는 "알나셰트리는 몸집이 작은 것 외에는 전형적인 수각류 공룡의 구조를 지녔다"며 "작은 체구를 고려할 때 무척추동물과 함께 더 다양한 먹잇감을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작은 쥐 같은 포유류도 잡아먹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북미와 유럽 박물관에 소장된 알바레즈사우루스 화석까지 분석해 이 공룡들이 지구가 초대륙 판게아로 연결돼 있던 시기부터 나타났음을 입증했다. 알바레즈사우루스가 여러 대륙에서 발굴된 것이 바다를 건너 이동한 게 아니라, 원래 살던 대륙이 갈라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알바레즈사우루스의 비밀이 더 많이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알나셰트리를 발굴한 곳에서 다른 화석을 발견했다. 마코비키 교수는 "알바레즈사우루스류의 다음 장을 발견했으며, 현재 실험실에서 복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6-101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