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망을 두고 벌어지던 미·중 패권 다툼이 '바이오'로 옮겨붙고 있다. 미국이 '임상 1건만으로 신약 허가'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중국도 '임상 시험 신청 승인 30일'이라는 초스피드 전략으로 맞불을 놓는 모습이다.
◇미국 "확증 임상, 한 번만 해도 인정"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신약 승인 절차를 파격적으로 완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본래 신약 하나를 허가받으려면 최소 2건의 '확증 임상(대규모 3상)'에서 성공해야 하는 게 관례지만, 앞으로는 잘 짜인 임상 1건만으로도 허가를 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티 마카리 FDA 국장과 비나이 프라사드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센터장은 최근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신약 허가 신청을 위해 기존에는 최소 2개의 확증 임상시험이 필요했으나 앞으로는 '적절하고 잘 통제된 임상시험' 1건을 기본 요건으로 삼을 수 있다"고 썼다.
임상시험 수를 축소하면 신약 승인 속도도 그만큼 빨라지고 비용도 적게 든다. 미국 터프츠대 연구팀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신약 1종을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평균 기간은 임상시험을 포함해 약 10년 이상으로 분석됐다. 임상시험 단계에만 평균 6~7년이 소요된다. 또한 임상 3상을 진행하는 데 드는 하루 비용은 평균 5만5700달러(약 8000만원)로 조사됐다.
◇中, "임상 신청 승인 30일로"
중국 규제 당국도 제도 유연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지난해 9월 의약품관리법 시행 규정을 개정해 임상시험 신청서 심사 기간을 기존 60일에서 30일로 줄인 데 이어, 오는 5월부터는 이를 또다시 20일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혁신 신약에 대해서는 '신약 개발 하이패스' 제도를 법적으로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치료 효과가 뛰어난 신약은 미리 지정해 집중 지원하고, 임상 3상 완료 전이라도 판매를 허가해 주는 등의 혜택을 명시, 신약 출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규제 당국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 시장으로 몰려올 수밖에 없도록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또 다른 파격적인 정책도 잇따라 검토하고 있다. 가령 오는 5월부터는 신약을 중국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할 경우, 소아용 약은 2년, 희귀 질환 약은 7년 동안 중국 내 '독점 판매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해외 임상 데이터도 중국에서 그대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임상시험을 모두 마쳤더라도 중국에서 약을 팔려면 중국인을 대상으로 다시 임상을 진행해야 했는데, 앞으로는 이 같은 중복 절차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