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3.09㎏ 아기가 그의 품에 왔다. 산모는 아기를 안고 울다 웃었다. "제가 엄마가 될 수 있을 줄 몰랐어요. 이건 기적이에요."
영국에서 뇌사 사망 기증자에게서 자궁을 이식받은 여성이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고 24일 가디언지와 BBC가 보도했다. 영국에선 지금까지 사망 기증자 자궁을 이식하는 임상 수술이 세 차례 진행됐다. 이 중 출산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궁 이식 수술로 낳은 '기적'
주인공은 영국 켄트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그레이스 벨(Bell). 선천적으로 자궁이 발달하지 않는 '마이어-로키탄스키-퀴스터-하우저(MRKH) 증후군' 환자다. 벨은 16세에 임신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고 평생 엄마가 될 수 없을 거라고 여기고 살았다. MRKH 증후군은 영국에선 5000명 중 한 명에게 나타나는 질병이다. 국내에선 매년 25~30명 정도가 이 질환을 안고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벨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인이 되고 아기를 낳으려면 대리모를 찾거나 자궁 이식 수술을 받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 자궁 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애써왔다"고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자궁 기증을 받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땐 "엄청난 기쁨을 느꼈다"고 했다.
2024년 6월 영국 옥스퍼드 처칠 병원에서 10시간에 달하는 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후 런던 리스터 클리닉에서 검사와 수술과 배아 이식을 진행했다. 아기를 낳은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3.09㎏의 아들이었다. 이름은 '휴고'다.
수술을 집도한 임페리얼 칼리지 리처드 스미스(Smith) 교수는 "이번 이식 수술이 자궁이 없는 여성도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벨은 리처드 스미스 교수의 이름을 따서 아기의 중간 이름을 '리처드'라고 붙였다고 한다.
◇진화하는 자궁 이식 수술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궁 이식 수술이 성공한 것은 2014년 스웨덴에서다. 예테보리 대학교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생체 기증자 자궁 이식을 통한 출산에 성공한 바 있다.
영국에선 자궁 이식 수술이 처음 성공한 것은 2023년이다. 당시 환자는 언니에게 자궁을 기증받아 수술을 받고 2025년 제왕절개 수술로 아기를 낳는 데 성공했다. 이후 사망 기증자의 자궁을 이식받고 출산에 성공한 사례가 이번에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2023년 11월 삼성서울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자궁 이식 수술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환자는 MRKH 증후군을 안고 태어난 30대 여성으로, 처음엔 생체 기증자 자궁을 이식받았으나 이후 수술 예후가 좋지 않자 다시 뇌사 기증자의 자궁을 이식받았다. 아시아에서도 매우 드문 재수술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