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범국가적 인공지능(AI) 역량을 결집해 과학기술 국가 난제에 도전하는 'K-문샷'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연구생산성을 세계 5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35년까지 첨단바이오·에너지·우주·반도체 등 8대 전략 분야에서 선정한 12개 국가 미션을 AI로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내용의 추진 방안을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서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GPU8000장 확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K-문샷의 핵심은 흩어진 AI 자원과 역량을 끌어모아 국가 전략 과제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가과학AI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 과학기술원 등의 연구데이터·GPU·AI모델을 통합하기로 했다. 슈퍼컴 6호기, 정부 구매분 등에서 확보한 GPU 중 8000장 이상은 과학연구 전용으로 활용한다.

바이오, 소재, 반도체 등 분야별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특화 모델도 구축한다. AI가 가설 생성부터 실험 설계, 결과 분석까지 반복 수행하는 '자율형 AI 과학자' 시스템도 단계적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바이오·에너지·반도체 등 12개 미션 해결한다

AI 역량을 활용해 한국 피인용 상위 1% 논문 점유율을 2023년 4.1%에서 2030년 8.2%로 2배 끌어올려 세계 5위 수준에 진입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이후 2035년까지 첨단바이오, 미래에너지, AI휴머노이드, 양자, 우주·항공,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소재·나노 등 8대 전략 분야에서 확정한 12개 국가 미션 달성에 도전한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대국민 공모전을 통해 나온 국민 제안을 검토해, 3월중에 12개 미션과 미션별 책임자인 PD(Program Director)를 확정하기로 했다. 과기부는 "각 미션을 수행할 전문성 갖춘 적임자에게 기술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PD중심 운영체계가 특징"이라고 했다.

세부 미션 예시안도 나왔다. 바이오 분야에선 AI를 활용해 혁신 신약 10개 창출을, 미래에너지 분야에선 소형모듈원자로(SMR) 선박 종합설계 완료와 건조 착수를 목표로 제시하는 식이다.

예산은 출연연 전략연구사업과 유관 부처 R&D 예산 등 1조원 규모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K-문샷에 우선 배분하고, 내년 예산안에서 필요한 추가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2027년~2031년 5년간 바이오, 소재 등 6대 핵심 분야 AI 모델 개발에는 약 4640억원을 투입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한국판 '제네시스 미션'…성패는 컨트롤 타워

K-문샷은 1961년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0년 안에 인간을 달로 보내겠다"고 선언한 '문샷 프로젝트'에서 유래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달성하겠다는 취지다. 작년 12월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추진한 '제네시스 미션'도 참고했다. 제네시스 미션은 4720억원 규모 예산을 투자해 국가적 AI 역량을 결집, 국가적 전략과제 26개 해결한다는 것이다.

과학계에선 다만 이 같은 거창한 목표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성과를 내려면 컨트롤타워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각자 운영 방식이나 이해관계가 다른 연구기관들 역량을 결집해 데이터를 통합하고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미션별로 지정된 12명 PD가 각자 개인기로 경쟁하는 구도가 되면, 한정된 예산과 AI 자원 두고 내부 경쟁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각 분야 PD의 전문 역량과 AI 역량의 결합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배경훈 부총리를 중심으로 긴밀히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