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한 방'으로 암을 다스리는 세상이 올까. 주사로 체내 면역세포를 직접 바꾸는 이른바 '인 비보 카티(in vivo CAR-T·생체 내 CAR-T)' 방식이 최근 암 치료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해 환자 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편집하고 다시 주입하던 기존 '카티(CAR-T) 치료제'의 단점들을 해결할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경쟁에 돌입했다.

그래픽=김현국

◇T세포에 암세포 추적 기능 발현

T세포는 우리 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다. 우리 몸속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이상하게 변한 세포, 즉 암세포를 발견하면 바로 공격하고 제거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는 암세포가 종종 암세포가 아닌 척 위장한다는 데 있다. 면역 억제 물질을 뿌리거나, 위장막을 만들어 T세포가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럴 경우엔 아무리 뛰어난 T세포라도 암세포를 못 알아보고 그냥 지나치게 된다.

그래서 만든 것이 카티(CAR-T) 세포다. 환자 세포를 추출해 T세포를 분리한 뒤, 유전자 편집 과정을 거쳐 암세포 전용 표적 식별 장치인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를 발현시킨다. 마치 T세포에 암세포를 찾아내는 고성능 안테나를 달아주는 것과 같다. 완성된 카티 세포를 환자 몸에 다시 주입하면, 몸 안에서 증식하면서 위장한 암세포까지 찾아내고 없애는 역할을 한다.

'1세대 CAR-T 치료제'는 이처럼 환자 세포를 몸 밖(ex vivo)에서 추출해서 만들다 보니, 과정이 복잡한 것이 단점이었다. 만들려면 최소 몇 주가 걸렸고, 비용이 수억 원씩 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문 시설이 있는 대형 병원에서만 치료가 가능하다는 한계도 있었다.

◇고형암에도 적용될까

'인 비보 카티'는 환자의 세포를 몸 밖으로 추출하고, 편집한 T세포를 증식해서 다시 환자 몸에 주입하는 과정 자체를 생략했다. 대신 유전자 정보가 담긴 '설계도(mRNA)'를 특수한 운반체(지질나노입자 등)에 실어 환자에게 '주사 한 방'으로 놓는 방식을 택했다. 주사를 맞고 나면, 우리 몸속 면역세포가 이 설계도를 받아들여 스스로 몸안에서 카티 세포를 만들고 암세포를 공격하게 된다. 이 기술이 고도화된다면 앞으로는 암 치료도 독감 주사 접종처럼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카티 치료제는 그동안 백혈병 같은 혈액암에 주로 쓰였다. 위암이나 대장암 등 딱딱한 덩어리(종양) 형태인 고형암엔 많이 쓰이지 않았다. 몸속 카티 세포가 혈액을 통해 이동하면서 암세포를 만나 파괴하는 것은 쉽지만, 종양 형태의 암까지 파고들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고형암 주변엔 면역세포의 힘을 빼는 물질이 가득해, 카티 세포가 고형암 근처에 가기도 전에 힘을 못 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의료계는 '인 비보 카티' 치료제가 발달하면, 고형암 치료에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몸 밖에서 세포를 대량 복제해서 주입하는 방식이 아닌, 몸 안에서 T세포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쓰다 보니 상대적으로 T세포가 더 강력해 고형암의 혹독한 환경에서도 더 오래 버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술 확보 경쟁 '치열'

글로벌 제약사들은 '인 비보 카티' 기술 확보를 위해 이미 수조 원을 들이고 있다. 최근 일라이 릴리는 인 비보 카티 기술을 보유한 '오르나 테라퓨틱스'를 24억달러(약 3조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BMS도 인비보 카티 치료제를 개발 중인 바이오 기업 오비탈 테라퓨틱스를 15억달러(약 2조17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관련 기술 개발 경쟁에 합류하기 위해 뛰고 있다. 다만 대부분이 아직은 초기 단계다. 바이오 기업 앱클론은 카티 치료제 후보 물질 'AT101′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큐로셀은 카티 치료제 '안발셀'을 개발, 특허 출원을 앞두고 있다. 이를 통해 인 비보 카티 치료제로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