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생산 기술이 16년 만에 국가핵심기술에서 지정 해제될지 여부가 제약·바이오 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과 국민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어 정부가 특별히 지정한 산업 기술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조만간 생명공학 분야 전문위원회를 열고 보툴리눔 톡신 균주 및 생산 공정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안건을 심의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보툴리눔 톡신 생산 공정(2010년)과 보툴리눔 톡신 균주(2016년)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보툴리눔 독소를 생산하는 균주 포함)을 보유한 기업은 기술의 해외 이전이나 외국인의 인수·합병(M&A), 지분 취득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할 경우 산업통상부의 사전 승인 또는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업계는 이런 규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 유치를 가로막는 '행정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고 지적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수출 승인에는 평균 4~6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소요된다. 업계는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따른 엄격한 심사 절차로 인해 기회 손실액 규모가 연간 900억~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의 쟁점은 보툴리눔 톡신 기술이 기술적 희소성과 산업적 독보성을 여전히 충족하는지 여부다. 업계는 보툴리눔 톡신의 배양·정제 기술이 1940년대 이미 실험실 수준에서 확립됐고, 1970년대 이후 관련 생산 공정이 학술 문헌을 통해 공개돼 왔다는 점을 내세운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확대를 발목 잡는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하루빨리 해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지정 해제를 반대하는 측은 해외 인수·합병 등으로 기술이 무분별하게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보툴리눔 톡신이 산업과 국방에 동시에 쓰일 수 있는 '이중 용도(dual-use)' 물질이라는 점을 들어 기술 통제 필요성을 제기한다. 안보를 위해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