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피 몇 방울'로 대략적인 치매 발병 시점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미국 연구팀이 혈액 속 특정 단백질의 축적 속도를 분석해 인지 장애가 나타날 시기를 역산하는 모델을 개발했다고 19일 네이처지가 보도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의학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실렸다. 단순히 피검사를 통해 치매 여부 진단을 넘어 언제 치매가 발병할지 알 수 있게 되면서 '알츠하이머 시계가 등장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질병이다. 뇌에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쌓여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이다. 독성 단백질들은 증상이 드러나기 십수 년 전부터 뇌에 쌓여 기능을 잠식한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대규모 알츠하이머 연구에 참여한 60세 이상 성인 약 603명의 혈액 검사 결과와 인지 능력 평가 등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혈액 속 나쁜 단백질(p-tau217) 수치가 올라가는 속도가 사람마다 놀라울 정도로 일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마다 나쁜 단백질이 쌓이는 속도는 제각각일 수 있지만 일단 정해진 속도는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가령 A라는 사람의 뇌에 매년 5만큼 비정상 타우 단백질이 쌓인다면, 10년 후에도 그의 뇌엔 5만큼씩 쌓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일정한 속도' 덕분에 발병 시점을 역산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같은 속도로 달려도 치매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나이에 따라 달랐다. 가령 60세에 p-tau217 수치가 높게 나타난 경우엔 실제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반면 80세 환자의 뇌에서 비슷한 단백질 수치가 나왔을 경우엔, 11년 후 증상이 나타났다. 80세의 경우엔 노화로 인해 뇌의 기초 체력이 떨어진 상태인 만큼 증상이 더 빨리 나타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앞으로 알츠하이머 증상 발현 시기를 예측하는 데 쓰일 뿐 아니라, 여기에 맞춰 증상 발생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다양한 임상 시험을 설계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봤다. 다만 아직 3~4년가량의 오차 범위는 있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