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비만 신약이 올해 안엔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HK이노엔 등 주요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비만 치료제가 임상 3상을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올해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 절차를 받고 상용화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상용화 앞둔 'K비만 치료제'
한미약품은 최근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인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국내 임상 3상을 마치고, 주요 지표(톱라인) 결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품목 허가도 신청한 상태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우리 몸이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GLP-1이라는 호르몬의 작용을 흉내 낸 약이다. 이 호르몬은 뇌에 '배부르다'는 신호를 보내 식욕을 줄이고, 위에서 음식이 내려가는 속도를 늦춘다. 인슐린 분비를 늘려 혈당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이러한 기능을 인위적으로 강화해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을 돕는다.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 형태다. 서양인보다 상대적으로 체질량지수(BMI)가 낮은 한국인 비만 환자에 맞춰 용량을 설계했다.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외국 제약사의 비만 치료제보다 구토 같은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제약업계에선 올해 하반기쯤엔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미약품은 또 다른 차세대 비만 치료제 'HM15275'도 개발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국내 시장을 겨냥한 비만 신약이라면, 'HM15275'은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는 후보 물질이다. GLP-1과 GIP(위 억제 펩타이드),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 작용하는 삼중 작용 치료제다. 한미약품은 "25%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줌으로써, 위 절제 수술의 효과를 능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2027년 상반기까지 임상 2상을 마치는 것이 목표다.
체중을 감량하면서도 근육은 줄어들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 치료 물질 'HM17321'도 개발하고 있다. 근육 붕괴를 억제하고 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CRF2 수용체를 겨냥한다. 먹는 비만 치료제 'HM101460'도 개발 중이다. 두 가지 단백질 수용체 중 하나는 강하게, 또 하나는 약하게 활성화시키는 이른바 'G-단백 편향 활성 기전'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기존 비만 치료제보다 효과는 더 높이고 부작용은 더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유럽당뇨학회(EASD)에서 동물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안에 기술 수출, 허가 목표"
HK이노엔은 비만 치료 후보 물질 'IN-B00009'에 대한 국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 중국 바이오 기업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당뇨·비만 치료 후보 물질을 기술 도입해 개발하는 치료제다. 올해 안에 품목·판매 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일동제약도 하루 한 번 먹는 비만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GLP-1 계열의 경구형 신약 후보 물질 'ID110521156'이다. 올해 기술 수출과 임상 2상 진입에 성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동제약 측은 "4주 동안 약물을 환자들에게 투여한 결과 체중이 최대 13.8%까지 줄었다"면서 "속 불편감 같은 부작용도 심하지 않았고, 하루 한 번 복용에 적합한 체내 흡수·지속 특성을 보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