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태우 교수팀이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 기반 텔레비전 디스플레이. /에스엔디스플레이·국제학술지 '네이처'

우리 눈으로 보는 자연의 색을 TV나 스마트폰 화면에서 100%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서울대 이태우 교수팀은 페로브스카이트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합성 기술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현지 시각 18일 오후 4시)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사업으로 수행됐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무엇?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페로브스카이트'로 만든 디스플레이. /서울대학교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잘 흡수하고 내뿜는 물질이다. 페로브스카이트로 만든 디스플레이는 기존 OLED 디스플레이의 색 재현율을 훨씬 뛰어넘는다. 현존하는 소재 중 가장 순수한 색을 내뿜을 수 있어, 차세대 초고화질 표준을 충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꼽혀왔다.

단점은 그만큼 제작 과정이 까다롭고 위험하다는 것. 제품을 만들 때 150℃가 넘는 뜨거운 용액에 재료를 넣는 '고온 주입(Hot-injection)' 방식을 쓰기 때문에 안전사고 위험도 크고 특수 제작 설비를 만드는 데도 많은 비용을 써야 했다. 또한 뜨거운 온도에서 재료를 섞으면서 결정이 너무나 빠르게 만들어지다 보니 알갱이 속에 구멍이 생기거나 구조가 뒤틀리는 결함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결함은 빛을 내지 못하고 에너지를 잡아먹어 디스플레이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대량 생산이 어려웠던 이유다.

이태우 교수팀은 이에 기존 방식을 뒤집어 0도 부근의 낮은 온도에서 소재를 합성하는 '저온 주입(Cold-injection)' 기술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낮은 온도에서 아주 천천히 페로브스카이트의 나노 결정(Nanocrystals)이 만들어지도록 유도함으로써, 오히려 빛을 내는 효율이 더 좋아졌다.

그간 고체 상태의 소재에서 빛 에너지를 100% 효율로 끌어올리는 것은 과학계의 난제였다. 기존 디스플레이의 색 재현율은 보통 70~85% 정도다. 지금까진 어떤 물질로도 빛 에너지 효율을 90% 이상 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저온 주입 기술로 생산한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을 통해서 100%에 달하는 품질을 구현할 수 있게 됐고, 덕분에 대량 생산도 훨씬 용이해졌다는 것이다.

◇"특허료 안 내도 된다"

이번 기술은 이태우 교수팀이 2014년부터 확보해온 원천 특허를 바탕으로 완성됐다. 현재 OLED 기술은 핵심 특허의 상당수를 해외 기업에 의존해 막대한 특허료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이에 "페로브스카이트 디스플레이 시대가 열리면 한국이 기술 종속을 벗어나 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팀은 또한 상용화 단계를 밟기 위해 교내 벤처기업 '에스엔디스플레이' 설립, 실제로 태블릿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필름도 제작했다.

◇한 달 만에 '네이처' 또 게재

지난 1월 사이언스 표지에 실린 서울대 이태우 교수팀 연구. /사이언스

이 교수팀은 지난 1월에도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각각 다른 연구 성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월 15일엔 페로브스카이트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계층적 셸' 기술 연구로 해당 호 표지에도 선정됐다. 1월 16일엔 고무줄처럼 늘려도 화질이 유지되는 '완전 신축성 OLED 연구'로 네이처지에 실렸다. 이후 한 달 만에 또다시 '0도에서 저렴하고 안전하게 페로브스카이트 디스플레이를 대량 생산하는 '저온 주입법' 기술'로 네이처지에 게재된 것이다.

연구를 이끈 이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페로브스카이트 소재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향후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활용해 디스플레이 응용을 위한 고효율 발광 소자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