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진이 단 한 번의 혈액검사로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언제쯤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지 예측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연구진은 혈액 속 특정 단백질 수치를 활용해, 알츠하이머병 증상 발현 시점을 약 3~4년 오차 범위로 추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19일 게재됐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뇌에서 변화가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정상 형태에서 뇌에 축적되는 현상이 관찰된다.
연구진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변형되는 과정에서 늘어나는 혈액 속 단백질 'p-tau217′에 주목했다. p-tau217은 타우 단백질의 특정 부위가 인산화(단백질에 인산기가 붙는 변형)된 형태로, 그간 인지 저하가 이미 나타난 환자의 알츠하이머 진단을 보조하는 지표로 활용돼 왔다.
연구진은 p-tau217 수치를 이용해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언제 시작될지 거꾸로 추정하는 시계 모델을 구축했다. 연구를 주도한 켈런 K. 피터슨(Kellen K. Petersen) 연구원은 p-tau217을 나무의 나이테에 비유했다. 나이테가 일정한 패턴으로 쌓이면 나무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듯,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단백질 축적도 비교적 일관된 경로를 보이기 때문에 증상 발현 시점을 예측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모델로 고령자 603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증상 시작 시점을 평균 3~4년 오차 범위로 예측할 수 있었다. 또 여러 회사의 p-tau217 검사로 측정한 수치에 적용해도 예측력이 유지돼 모델의 범용성도 확인됐다.
연구 책임자인 수잔 신들러(Suzanne E. Schindler) 교수는 "뇌 영상(PET)이나 뇌척수액 검사보다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은 혈액검사로 예측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특히 나이에 따라 증상 발현까지 걸리는 시간이 달라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60세에 p-tau217이 높게 나온 경우 증상은 약 20년 뒤 나타났지만, 80세에 높아지면 약 11년 뒤에 증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젊을수록 뇌가 병리 변화에 더 버티는 힘이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피터슨 연구원은 "시계 모델은 특정 기간 내에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식별해 임상 시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더욱 정교하게 개선된다면, 개별 임상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증상 발현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6-04206-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