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약 한 방울 넣어주는 것만으로 시력이 또렷해지는 '노안(老眼)' 점안제 시장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광동제약은 자사가 국내 독점 판권을 보유한 노안 치료제 '유베지(YUVEZZI)'가 지난달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유베지는 영국 바이오 기업 텐포인트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안질환 치료제다. 나이 들면서 수정체의 탄성력과 조절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증상인 노안을 교정하는 용도로 나온 점안액이다. 동공 수축제인 카바콜과 그 효과를 돕는 브리모니딘(녹내장 치료제 성분)으로 만들었다. 눈의 동공 크기를 일시적으로 줄여 초점을 더 잘 맞게 해준다.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를 조여 가까운 곳을 선명하게 보이게 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미국에선 올해 2분기부터 정식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국내에선 광동제약이 2024년 1월 이 약의 아시아 권역 판권을 보유한 홍콩 제약사 자오커와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지난해 9월 식약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국내 판매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큰 문제가 없다면 연내에 시장에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층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데다, 스마트폰 같은 각종 IT 기기 사용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노안을 예전보다 일찍 경험하는 인구도 불어나는 추세다. 노안 점안액을 사용하면 하루에 한두 번 안약을 넣는 것만으로 시력이 교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수요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 방울의 마법'… 확대되는 노안 점안제 시장
노안은 40대 중반부터 모양체 근육과 수정체의 탄력이 저하되며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존 점안제는 녹내장 치료 성분(필로카르핀)을 희석해 사용했으나 효과도 미미하고, 눈이 빨갛게 충혈되거나 머리가 아픈 부작용이 있어 대중화되지 못했다.
상황은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급변했다. 미국 애브비가 2021년 출시한 노안 점안액 뷰티(Vuity)는 세계 최초의 노안 치료제다. 점안 후 15분 만에 효과가 나타나 6시간 이상 지속되는 시대를 열었다. 필로카르핀 1.25% 용액을 사용, 동공을 수축시켜 가까운 곳에 초점이 더 잘 맞도록 했다.
이어 2023년에는 오라시스가 저농도(0.4%) 성분으로 자극을 줄인 '클로시(Qlosi)'를 내놨고, 2024년 8월에는 렌즈 테라퓨틱스의 '비즈(VIZZ)'가 승인받으며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비즈는 모양체 근육에 영향을 주지 않고 홍채 괄약근만 자극하는 아세클리딘 성분을 사용해 부작용은 줄이면서 약효는 최대 10시간까지 늘렸다. 시장 반응도 뜨거웠다. 비즈는 지난해 4분기 출시 직후 약 160만 달러(약 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누적 처방 건수는 2만 건을 돌파했다.
제약업계에선 유베지의 등장으로 비즈가 장악했던 노안 점안제 시장이 '2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더 비즈니스 리서치 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노안 치료 시장은 2025년 기준 106억6000만달러(약 15조4000억원) 정도다. 2030년엔 138억8000만달러(약 20조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도 곧 출시
국내에 곧 노안 점안제가 출시될 거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일단 유베지가 미 FDA 승인을 받은 만큼, 한국 식약처 품목 허가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천당제약 자회사이자 안과 질환 치료제 전문 기업인 옵투스 제약은 '클로시'를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뛰고 있다. 2023년에 이미 오라시스와 클로시의 국내 도입을 위한 계약을 맺은 상태다.
대만 로터스제약은 지난해 12월 한국 식약처에 '비즈(VIZZ)' 시판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어떤 국내 제약사가 이 약의 판권을 가져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