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는 12일 개최된 회의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SMR) 규제체계 구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SMR은 단순 전력 생산을 넘어 선박 탑재, 열 공급, 수소 생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다양하고 새로운 설계 개념과 기술적 특성을 갖추도록 개발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실과 법체계 사이의 시차가 크다고 지적한다.

원안위는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기존 대형원전 기반의 안전 규제 체계를 단계적으로 개편한다. 우선 발전용·연구용·교육용 원자로로 규정된 기존 인허가 체계를 선박용, 열 공급용, 수소 생산용 등 다양한 목적과 설계를 포괄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한다.

이와 함께, SMR마다 설계가 다르고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하는 특성을 고려해 이에 적합한 안전성을 검증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이를 위해 인허가 기술 기준을 핵심 기능·요건 중심으로 규정해 사업자가 해당 원자로에 적합한 방법론을 설정할 수 있고, 기준을 제시하여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가칭)소형모듈원자로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 제정도 추진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또한 원자력 안전 규제 체계의 전반적인 개편이 진행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기 위해 2027년까지 세부적인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2028년부터 이해관계자들의 다각적이고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관련 법령과 기준을 순차적으로 개정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타 산업 분야의 규제 시스템과 연계 방안을 모색하고, 원자로의 설계·건설·운영·해체 등 전 주기 규제 체계도 함께 검토한다.

SMR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기존 대형원전 평가방법의 적용 한계를 보완하고, 다양한 설계 개념별 안전특성을 체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방법론, 코드, 데이터베이스(DB), 장비 등 안전성 검증·평가 기술을 개발하는 규제연구개발(R&D)도 지속 추진한다.

새로운 설계·기술에 대한 인허가 예측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자(개발자)와의 소통도 한층 강화한다. 인허가 신청 전이라도 규제기관의 검토를 받을 수 있는 사전검토 제도는 연내 도입을 목표로 입법 추진 중이다. 규제자, 개발자, 연구자 등 이해관계자가 함께 안전현안을 논의하는 고온가스로(HTGR), 소듐냉각고속로(SFR), 용융염원자로(MSR) 등 노형별 규제연구반도 상반기 중 운영에 착수한다.

또한, 원안위는 국내 인허가 대응을 넘어 국제원자력기구(IAEA) 중심으로 추진되는 국가 간 SMR 안전규제 조화를 위한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를 통해 입체적·유기적인 SMR 안전 규제 거버넌스 체계를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에 대해서는 그간의 사전 설계 검토 결과를 반영하여 심사 방향을 설정했다. 혁신형 소형 모듈 원자로(i-SMR)는 기존 대형 원전과 동일한 가압 경수로형이지만, 차별화된 설계가 적용된 만큼 일부 기준은 적용을 면제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원안위는 이에 대비하여 새로운 설계 특성을 반영한 심사가 가능하도록 '원자로 시설 기술 기준 등의 대체 적용 등 인정에 관한 규정'과 혁신형 소형 모듈 원자로(i-SMR) 안전 심사 지침을 지난해 마련했다.

다만, 이날 발표된 로드맵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이번 로드맵은 혁신적 규제를 지향하나, 소형모듈원자로 인허가 수요가 몰리는 지금 시점과 2028년 이후에나 완성되는 전용 법체계 사이의 '2년 시차'라는 치명적인 규제 공백을 안고 있다"며 "글로벌 표준화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외국 설계의 국내 진입을 위한 영문 서류 수용이나 심사비 납입을 위한 행정 특례 같은 실질적 장벽 해소 방안이 빠져 있어, 진정한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 허브'로 나아가기엔 여전히 문턱이 높다"고 말했다.